트럼프발 美조선업 육성 대응법은...“기회잡은 韓, 살라미식 대응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South Lawn)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South Lawn)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조선업 부활’의 청사진이 점차 드러나면서 한국 조선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로널드 오루크 미 연방의회 산하 의회조사국(CRS) 해군업무 분석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하원 군사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일본, 한국, 유럽 등 동맹국 조선소에서 미 해군 함정이나 일부 부품을 건조하는 방법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함정건조에 필요한 노동 투입량을 줄이는 한국의 생산성 중심의 생산 설계를 채택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등 동맹국의 기술을 활용해 자국 조선업 부흥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동맹국의 미국 내 조선소 인수 혹은 신규 조선소 건립 후 공동운영 ▶군함·상선 일부 동맹국 건조, 미국서 최종조립 등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조선업을 부활시키겠다”고 밝힌 것에 따른 후속방안이다.

미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중국의 해군력이 날로 강해지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가 지난해 발간한 ‘2024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전투함정 숫자는 2010년 220척→2020년 360척→2025년 400척으로 증가했다. 반면에 미국은 같은 기간 288척→296척→287척으로 정체됐다. 특히 2030년이면 중국 425척, 미국 294척으로 격차가 확 벌어진다.

2018년 4월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군 함대를 사열하며 연설을 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2018년 4월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군 함대를 사열하며 연설을 하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올해 1월 미 의회예산국은 미 해군이 2054년까지 연평균 300억 달러(약 43조5000억원)를 투입해 364척의 신규함정을 건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단기간에 군함을 대량 건조할 능력은 부족하다. 브렛 사이들 미 해군 연구·개발·인수 담당 차관보 대행은 11일 하원 군사위에서 “미국은 숙련된 용접공, 배관공, 전기공 등 핵심 기술 인력이 부족해 생산 일정이 지연되고 있으며 공급망 문제로 주요 부품의 납품이 늦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이후 미 정부의 조선지원책 폐지, 높은 인건비로 조선업 인프라가 망가졌기 때문이다.


미국이 결국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국 조선업계에서는 수주량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전투군함의 해외건조를 금지하는 ‘번스-톨리프슨법’(Burns-Tollefson Act·1965년 제정)이 수정될 가능성이 적잖다. 미국 상원은 동맹국에서 자국 선박을 건조할 수 있게 하는 ‘미국을 위한 선박법(SHIPS for America Act)’을 지난해 12월 발의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비전투용 군수지원함에 대해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수주했지만, 추후 건조까지 할 수 있다면 ‘K-조선’에 새로운 길이 개척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 조선업계가 중국에 대항할만한 기술력을 가진 점도 관전 포인트다. 김기원 대경대 군사학과 교수는 “한국은 잠수함, 이지스함을 건조하고 유지·보수·정비하는 기술을 장기간 축적해온 데다가, 군사기밀 유출 우려가 적은 동맹국이기 때문에 건조 및 정비를 맡길 요인이 크다”며 “태평양, 중국 근해와도 가까워 유사시 작전 투입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한화오션이 지난해 매입한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Philly) 조선소. 사진 한화오션

한화오션이 지난해 매입한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Philly) 조선소. 사진 한화오션

 
조선업계는 대미투자도 적극 검토하는 분위기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1억 달러(1450억원)에 매입했는데 향후 군함 건조 및 MRO 전초기지로 삼을 예정이다. 존 펠란 미 해군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27일 청문회에서 이 사안을 예로 들면서 “그들의 자본과 기술을 미국에 유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대미 투자 방식으로 중소 규모 조선소를 인수하면서 미국의 수주량에 따라 투자 규모를 늘리는 ‘살라미’ 방식이 거론된다. 이장현 인하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미국 내 규제가 어떻게 해소될지, 수주량은 어느 정도가 될지 현재로선 불확실성이 크다”며 “미국 정책에 따라 투자 규모를 점차 늘려나가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