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경복궁 앞 천막 농성장에서 비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 박용진 전 의원,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난 극복을 위한 시국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는 이 대표가 요청해 이뤄졌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간담회 요청을 받았지만, 다른 일정으로 간담회가 끝난 뒤 농성장을 찾았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왼쪽부터),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재명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 더불어민주당 천막 농성장에서 열린 국난극복을 위한 시국간담회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는 “(헌재가) 국민적 상식과 역사적 소임에 어긋나는 결정을 어떻게 하겠나”라며 “국민의힘 일부의 기대처럼 탄핵이 기각돼 윤 대통령이 직무 복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느냐”고 헌재의 탄핵 인용을 촉구했다.
박 전 의원은 “히틀러와 나치에 맞선 본회퍼 목사의 말처럼 미친 자에게서 운전대를 빼앗아야 한다”며 “헌법재판관들에게 손톱만큼의 애국심이 있다면 하루 속히 탄핵을 인용하라” 강조했다. 임 전 실장도 “국민이 헌재만 바라보고 있다”며 “하루라도 빨리 헌재가 국민의 기관임을 확인시켜달라”고 했다.

박용진 전 의원, 김부겸 전 국무총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왼쪽부터)이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천막에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한 김 전 지사를 응원하며 손을 모아 결의를 다지고 있다. 전민규 기자
단일대오를 강조하는 발언들도 이어졌다. 김부겸 전 총리는 “(여기 있는 사람들이) 이 대표의 당 운영에 쓴소리도 많이 한 사람들”이라면서도 “(헌재 선고가 미뤄지는 상황을) 더는 방치하면 내전 상태가 될 것 같다는 절박감에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박용진 전 의원도 “선당후사의 애당심과 위국헌신의 애국심으로 이 자리에 왔다”며 “한 명의 당원 자격인 저도 이 자리의 민주당 지도자들과 함께 빼앗긴 봄을 찾아오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이 대표의 ‘매불쇼’ 발언으로 박 전 의원 등이 날을 세웠던 며칠 전과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였다. 지난달 김 전 지사, 박 전 의원, 임 전 실장과 차례로 회동하며 통합 행보를 보이던 이 대표는 지난 5일 유튜브 ‘매불쇼’에 출연해 2023년 9월 자신의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에 대해 “(비명계인) 당내 일부와 (검찰이) 다 짜고 한 짓”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 대표가) 찬물 끼얹는 발언을 한 데에 저만 바보 된 느낌”(지난 7일, 박 전 의원)이라는 등의 반발이 뒤따랐다. 김 전 지사도 “야권 대선 주자 오픈프라이머리를 하자”는 조국혁신당 주장에 동조하며 민주당 내 이 대표 일극 체제를 견제했다.
하지만 이날 김 전 지사는 “광화문 단식 농성장이 만들어지게 도와주신 민주당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광화문 광장을 민주주의의 광장, 승리의 광장으로 만들자”고 통합을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지난 9일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단식을 시작했다. 임종석 전 실장도 “이재명 대표님 중심으로 민주당이 더 확실하게 국민 속에 뿌리내리고 중심을 잡아주길 부탁하고, 모두가 한뜻으로 마음을 모아가겠다”고 했다. 이광재 전 사무총장은 “전 미 대통령 링컨이 ‘분열된 땅 위에는 집을 지을 수 없다’고 했다”며 “이 자리는 민주당부터 하나가 되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2일 통화에서 “다들 지금은 계파를 따질 시국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도보행진에 참가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광화문을 향해 출발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한편 이날 이 대표 암살 계획을 제보받았다는 민주당은 경찰에 이 대표에 대한 신변 보호 요청을 했다. 황정아 대변인은 이날 오전 “러시아 권총을 밀수해서 이재명 대표 암살 계획을 세웠다는 등의 문자를 받은 의원들이 있다”며 “이르면 오늘 중 경찰에 신변 보호 요청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