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기재부 유산취득세 발표에 "추경부터 하라"...국회 상속세 협의 난항 예상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오른쪽)이 지난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오른쪽)이 지난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유산취득세 도입 방안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12일 기획재정부가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상속세 개편안을 발표하자 “추가경정예산부터 편성하라”고 맞섰다. 물려주는 총재산을 기준으로 매기는 유산세 방식과 달리, 유산취득세는 개별 상속인들이 물려받은 재산 만큼에 대한 세금을 내면 된다. 과세표준 구간이 낮아져 세 부담은 줄어든다.

상속세 공제 한도를 늘리는 데 주력해 오던 민주당은 다소 당황한 분위기다. 국세청 차장 출신 임광현 의원은 이날 “민생이 어려운데 유산취득세 도입이 그렇게 시급한 문제냐”며 “기재부는 추경안부터 내놓으라”고 입장을 밝혔다. 임 의원은 “민생 정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내놓은 경제 정책이 부자 감세를 위한 유산취득세전환이냐”며 “배우자 1명, 자녀 1명을 기준으로 기재부 안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상속세 재산 50억원 이하의 1자녀 일반인에게는 유산취득세 혜택도 없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통화에서 “여야가 배우자 상속세 폐지 등 논의가 이어오던 와중, 기재부가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유산취득세를 꺼냈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임현동 기자

상속세 부과 체계를 완전히 바꾸는 안이 발표되면서 앞서 여야가 공감대를 보여온 배우자 상속세 폐지 등에 대한 협의는 난항에 빠지게 됐다. 배우자 상속세 폐지는 현행 유산세 체계 틀 안에서 추진하는 것이지만, 유산취득세로의 전환하면 세금을 거두는 방식이 바뀌어 의미 없는 정책이 되기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제안한 배우자 상속세 폐지에 대해 “동의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 정태호 의원은 통화에서 “유산취득세는 과세 체계 제도의 변화니까 공제 제도 개편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정부 여당이 현행 제도에서의 변화와 완전히 근본적인 변화를 던져 혼란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했다. 기재부 차관 출신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여당은 집을 수리하려는데 정부가 불쑥 재건축 계획을 발표한 꼴”이라며 “정부와 여당은 상속세 개편 방안에 대한 혼선을 정리하고 명확하게 통일된 입장을 밝히라”고 비판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에 “유산취득세는 당과 정부가 같은 입장이므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여야) 합의 가능한 배우자 상속세 폐지, 세액공제 한도 확대를 먼저 합의 처리하고 상속세율 인하는 지속해서 협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