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수장 면전서…트럼프, 나토가 지키는 그린란드 "갖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가진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사무총장과의 환담 행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가진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사무총장과의 환담 행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상호 관세 4월 2일 강행’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미국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트럼프 행정부 핵심 실세인 일론 머스크가 보유한 전기차 업체 테슬라 역시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비판적 여론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환담 행사에서 “알루미늄 관세와 4월 2일 계획한 (상호) 관세에 변화 가능성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 그럴 일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우리는 수년 동안 바가지를 썼고 더는 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알루미늄이든, 철강이든, 자동차는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혼란 약간 있겠지만 길지 않을 것”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약간의 혼란이 있겠지만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전날 관세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일관성이 없는 게 아니라 유연한 것이다. 4월 2일 이후로는 유연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도 ‘롤러코스터 관세’와 맞물린 주식 시장 급락세와 관련해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지난 3주간의 작은 변동성에 우려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중·장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격한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캐나다와 유럽연합(EU)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캐나다를 향해선 “캐나다는 미국을 필요로 하지만 미국은 그들의 에너지도, 목재도 필요하지 않다”며 “어쨌든 우리의 가장 위대한 주(州)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EU에 대해선 “우리는 그들의 일방 통행로와 같다”며 “EU는 매우 고약하다”고 비난했다. 특히 그간 몇 차례 언급해 온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구상에 대한 질문에 “저는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국가안보를 위해, 국제안보를 위해 그것을 필요로 한다”고 답했다. 나토 수장을 옆에 두고 나토의 집단방어 대상에 포함돼 있는 그린란드 병합 욕심을 숨김없이 드러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사무총장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사무총장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뤼터 사무총장은 미국의 그린란드 합병 추진과 관련된 어떤 질문에도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답변을 피해 갔다. 다만 그는 “러시아를 뺀 7개 북극 국가가 미국의 지도력 아래 협력하는 게 지역 안전에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두고 그린란드와 덴마크는 일제히 반발했다.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페이스북에 “적당히 좀 하라(Enough is enough)”며 여야 모든 정당 대표를 소집해 회의를 열겠다고 했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옌스-프레데리크 니엘센 민주당 대표도 트럼프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비판하면서 정치권 단합을 촉구했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나토 조약과 유엔 헌장, 국제법을 보면 그린란드는 병합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인교 “상호관세 채점기준 파악 우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공습’ 속에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3~15일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비롯한 주요 통상 당국자와 의회·업계 관계자 등을 면담한다. 13일 워싱턴 DC에 도착한 정 본부장은 “우리의 전략적 이점을 미국 측과 논의하면서 호혜적 조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호 관세는 국가와 품목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시험으로 치자면 나름의 채점 기준이 있을 테니 우선 그것을 파악해 그 기준에 맞게 고칠 것은 빨리 고치고 설득할 것은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또 “미국이 1차로 4월 2일 자체 판단에 의한 국가별·품목별 관세율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는데 그때 발표하더라도 최종은 아닐 것”이라며 “결국은 개별 국가들과 협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4월 2일 상호 관세율 책정 가능성에 대비한 설명자료를 미 정부에 제시하겠다면서다. 

‘트럼프발 관세 드라이브’에 대한 협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발 관세 드라이브’에 대한 협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머스크의 테슬라도 ‘관세 우려’ 표명”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으로 미국 내 자동차 업계에서 부품 조달 비용의 동반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머스크의 테슬라 역시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11일 그리어 USTR 대표에 보낸 서한을 통해 “미국의 수출 업체들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무역 조치에 대응할 때 본질적으로 불균형적인 영향에 노출된다”며 “관세 정책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전기차와 배터리 공급망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해 달라”고 요구했다. 머스크가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며 연방정부 구조조정의 칼을 휘두르고 있지만, ‘트럼프 관세’로 자신이 경영하는 테슬라 역시 타격을 입는 상황을 맞은 셈이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CEO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600억 달러(약 87조3500억원) 투자 계획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12일부터 발효한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25% 관세로 미국 내 자동차 업계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다. 미국 내 완성차 업체들은 투자 계획을 세우기 전에 관세 정책과 차량 배기가스 배출 정책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백악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악화를 우려하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코노미스트가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에 의뢰해 지난 9~11일 미 성인 16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8%는 ‘미 경제가 악화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답변은 19%에 그쳤다. 또 응답자의 70%는 관세가 오르면 소비자 물가도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퀴니피액대가 지난 6~10일 11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3일 공개한 조사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관련해 ‘지지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54%로 ‘지지한다’는 응답(41%)보다 많았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