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위법 아냐"…'상품권 스캔들'에 요동치는 日 정국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사면초가에 놓였다. 정권 출범 반년 만에 불거진 이시바 총리의 '상품권 스캔들' 탓이다. 이시바 총리는 14일 '위법성은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며 진화에 나섰지만, 정권 퇴진 압박은 날로 거세질 전망이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오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한 해명에 나섰다. 그는 “정치 활동에 대한 기부가 아니며 '정치자금규정법' 문제에 해당하지 않고, '공직선거법'에 저촉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전날 밤 11시 20분쯤 총리공저(일본 총리 숙소)에서 초선 의원 15명에게 상품권을 나눠준 것을 인정한 데 이은 두 번째 해명이었다. 

1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

1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시바 총리를 궁지로 몰아넣은 것은 지난 3일 총리공저에서 있었던 회동이다. 총리 공저에서 이뤄진 회식에 참석한 인물은 초선 의원들 외에도 이시바 총리,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과 2명의 관방부장관 등 총 19명. 당시 이시바 총리의 비서는 초선 의원 15명의 사무소를 돌며 봉투에 담긴 10만 엔(약 98만원) 상품권을 건넸다. 회동에 앞선 “선물” 전달이었다. 일부 의원은 의아해하며 반납했지만, 일부는 상품권 선물을 사무소에 장식해두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시바 총리가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설명한 바에 따르면 이날 밥값은 1인당 1만5000엔(약 14만7000원) 수준으로 이시바 총리는 회식비 총액에 대해서 “정확한 숫자는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비용이 안 들게 준비했다”고 해명했다.

이시바 총리는 ‘사비’로 상품권을 구매했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한 '관방기밀비'는 아니라는 것이다. 관방기밀비는 총리를 보좌하며 관방장관이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고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이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국회 답변을 통해 “사비로 했다”면서 관방기밀비는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시바 총리는 상품권을 돌린 금원의 출처가 자신이 오랜 시간 모은 돈, 돌아가신 부모님 유산이라고 밝혔다. “법에 저촉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주장에 대해선 “자민당 변호사를 통해 확인을 받았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회식에 동석한 하야시 장관에게도 질문이 쏟아졌다. 하야시 장관은 이날 오전 회견에서 상품권 선물을 사전에 알았느냐는 질문에 “개인으로서의 행위에 대해 정부로서 답하는 것은 삼가겠다”며 답을 아꼈다. 이시바 총리의 상품권 선물은 ‘개인사’라는 취지다. 


14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상품권 스캔들이 터진 상황에서도MLB 경기를 위해 방일한 LA다저스 사사키 로키(왼쪽) 선수 등을 만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4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상품권 스캔들이 터진 상황에서도MLB 경기를 위해 방일한 LA다저스 사사키 로키(왼쪽) 선수 등을 만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날 퇴진 의사를 묻는 질문에 답을 피하며 사임 의사가 없는 것을 밝힌 이시바 총리가 ‘위법하지 않은 개인사’로 설득에 나섰지만, 고위 관료와 자민당 내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다이라 마사아키(平将明) 디지털 담당상은 “국민 우려가 없도록 대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익 성향의 아오야마 시게하루(青山繁晴) 참의원은 “퇴진을 포함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며 책임론을 강조했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사이토 데쓰오(斉藤鉄夫) 대표는 “국민의 분노를 총리가 진심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일제히 강하게 비판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는 “10만 엔 상품권 선물은 사회 통념으로는 너무 많다. 정치 책임은 틀림없이 있다”고 비판했다.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郎) 국민민주당 대표도 “법 위반을 의심받는 '톱'이 과연 '정치와 돈' 문제를 해결할 자격이 있나. 의혹을 불식할 수 없다면 총리직을 계속하는 건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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