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 나와 딱 3년 보낸다"…신분당선 뜨는 '국제학교 라인'

국제학교 열풍의 핵심은 미인가다. 과거엔 주로 인천 송도나 제주, 대구에 있는 인가 국제학교를 보냈다면, 최근에는 서울·경기도 소재 미인가 국제학교가 대세로 떠올랐다. 배우 한가인은 브리티시에듀케이션코리아(BEK), 이병헌·이민정 부부는 서울아카데미, 가수 백지영은 그레이스인터내셔널아카데미(GIA) 마이크로스쿨을 선택했는데, 모두 강남 한복판에 있다. 내 집 앞 국제학교를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특히 어린 자녀와 따로 살아야 하는 문제 때문에 망설였던 초등학생 양육자들이 대거 합류하면서 미인가 시장은 더욱 커졌다.

이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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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서 불붙은 열기는 신분당선 라인을 타고 퍼져 나갔다. 양재·정자·광교 등 경기 남부에 이르기까지 지하철 노선도를 따라 촘촘히 미인가 국제학교가 들어서고 있다. 페이스튼국제학원·코너스톤컬리지잇아카데미오브서울 등 여러 지역에서 캠퍼스를 운영하는 곳도 많아졌다. 2020년 광교를 시작으로 송도·대구로 확장한 이원중 아메리칸스템프렘(ASP) 대표는 “기존 인가 국제학교가 있는 지역은 기본적으로 수요가 있다”며 “여기에 소득 수준이 높고 학령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3대 학군지로 꼽히는 목동에 첫 입성을 준비 중인 곳도 있고, 신흥 학군지로 떠오른 잠실에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헬로페어런츠(hello! Parents)가 특별기획 ‘국제학교 심층 대해부’를 진행하며 미인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게 된 이유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미인가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체 누가 다니고 무엇을 배우는 걸까? 인가와는 무엇이 다를까? hello! Parents가 지난 한 달간 국제학교 관계자 및 양육자 40여 명을 심층 취재한 결과 나온 주요 키워드는 세 가지다.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 이하 영유), 코로나, 가성비. 현실을 가감 없이 담기 위해 양육자 이름은 모두 가명 처리했고, 국제학교 및 학원가에서 통용되는 용어도 그대로 사용했다.

🔠영유 3년, 물거품 만들 순 없다

흔히 영유의 꽃은 7세라고 해요. 5세부터 3년간 쌓아온 영어 실력이 그때 폭발하거든요. 그런데 ABC부터 다시 배운다? 그동안 쏟아부은 시간과 돈이 아깝죠.
양육자들이 미인가 국제학교라는 선택지를 놓고 고민을 시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영어다. 영유가 대세로 떠오른 상황에서 공립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영어 수업이 시작되는 3학년 때까지 학습 공백이 발생하는 탓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영유 수는 843곳으로 2014년(332곳)보다 2.5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일반유치원(일유)은 8826곳에서 8294곳으로 7%(532곳)가 문을 닫았다. 저출생 여파와 영유 강세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특히 전체 영유 중 65%가 서울·경기도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영유가 가장 많은 강남구(37곳)는 일유(37곳)와 대등할 정도다. 양천구(24곳), 송파구(22곳), 용산구(20곳) 등이 뒤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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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와 연계된 미인가 국제학교가 늘어나면서 진입장벽을 낮춘 것도 한몫했다. 판교(성남)에 사는 임보라(38)씨는 딸(8)을 학습식 영유 패스트랙키즈(FTK)에 3년간 보낸 뒤 같은 계열인 미인가 국제학교 패스트랙키즈인터내셔널스콜라틱아카데미(FIS)에 입학시켰다. 임씨는 “대부분 국제학교에 입학하면 미국 초등 1학년(G1) 교재로 수업하지만 FIS는 입학생 수준을 고려해 2학년(G2)이나 3학년(G3) 교재로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행학습 상황을 고려한 연속적 학습”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았다. 영유와 마찬가지로 미인가 국제학교도 학원으로 등록돼 있지만, 영미권 학교 시스템을 적용해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국제학교를 택했다고 해서 한국식 교육을 완전히 놓는 건 아니다. 초등 고학년이 되면 다시 공교육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해외 대학이 아닌 국내 대학에 진학하려면, 늦지 않게 돌아가야 한다. 너무 늦어지면 한국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탓이다. 학습의 중심이 영어에서 수학으로 옮겨가는 초등 3~4학년이 분기점이다. 쌍둥이(9)를 캐나다식 미인가 국제학교에 보냈던 강희선(44)씨는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딱 2년 반만 다닐 것이라고 단단히 일러뒀다”고 했다. 3월 신학기에 공립초 전입을 앞두고 과천에서 강남으로 이사하고 학원 세팅까지 마쳤다. 학교 상담 교사로 일하는 그는 “아이들이 본격 입시 준비에 뛰어들기 전에 마음껏 놀면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고 싶어 국제학교에 보냈다”고 했다.

이처럼 전입·전출이 잦은 탓에 대부분 미인가 국제학교는 피라미드 구조를 그린다. 초등이 가장 인원이 많고 중·고등으로 갈수록 줄어든다. 아예 초등 과정만 운영하는 곳도 있다. 딸(9)을 서울 강동에 있는 미인가 학교에 보냈던 양미진(44)씨는 “아이가 입학할 땐 한 학년에 3개 반이었는데 3학년 무렵 1~2명씩 빠지기 시작하더니 6학년 땐 1개 반으로 합쳐지더라”며 “5명만 졸업사진을 찍는 걸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고민하던 그 역시 결국 아이를 한국 학교로 전학시켰다. 학교에선 미국 달러를 쓰는데 밖에서는 한국 원화를 쓰는 등 서로 다른 시스템에서 아이가 정체성의 혼란을 느꼈기 때문이다.  

미인가의 부상은 사립초 선호 현상과도 맞물려 있다. 집 주변에 사립초가 없어서 혹은 추첨에 떨어져서 미인가를 차선책으로 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립초는 공립초와 달리 원어민 교사를 고용해 1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친다. 2025학년도 사립초 경쟁률은 7.5대 1을 기록했다. 임보라씨는 “분당·판교에는 사립초가 없다”며 “집에서 통학 가능한 사립초가 있었다면 먼저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 엄마인강에서 국제학교와 사립초 강의를 준비 중인 김양미 리즈잉글리쉬 대표는 “한양초 같은 경우 한 반 28명 중 26명이 영유 출신”이라며 “시험 성적에 따라 A~C반으로 나눠서 수업하니 생각보다 수준이 높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립초는 신입생뿐만 아니라 학년별 결원의 3~4배수를 대기자로 뽑기 때문에 1학년 때 못 들어가면 2~3학년 때 재도전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원어민 교사가 아이들에게 영어 동화책을 활용해 수업하고 있는 모습. 공립초등학교에서는 3학년 때 영어 수업이 시작되지만, 사립초등학교는 보통 1학년 때 시작한다. 사진 셔터스톡

원어민 교사가 아이들에게 영어 동화책을 활용해 수업하고 있는 모습. 공립초등학교에서는 3학년 때 영어 수업이 시작되지만, 사립초등학교는 보통 1학년 때 시작한다. 사진 셔터스톡

😷코로나 3년, 대체재가 생겼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1학년이 통째로 사라졌어요.
2019년 말 발발한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0년 초등학교 평균 등교 일수는 92.3일. 매 학년 190일 이상으로 정해진 수업 일수의 절반 수준이다. 서울(42.4일), 경기(50일), 인천(51.1일) 등 수도권은 그 여파가 더 심했다. 경기 성남에서 자매를 키우는 한지예(37)씨는 “코로나 때 입학한 첫째(12)는 적응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교에 가보지도 못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화상 수업은 제대로 진행될 리 만무했다. 2~3학년이 돼도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생활지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아이들이 많아 학습권이 침해받는다는 느낌마저 들었을 정도다. 그가 아이를 소수 정예로 운영하는 미인가 국제학교로 전학시킨 이유다. 한씨는 “두 살 터울인 둘째(10)는 첫째와 달리 학교(공립초)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첫 단추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다”고 했다.

학교엔 가지 못하는데 학원엔 갈 수 있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공교육에 의문을 품는 사람도 늘어났다. 딸(11)을 강동의 셰퍼드인터내셔널에듀케이션(SIE)에 보내는 허승희(46)씨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공교육의 실체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눈앞에서 아이들이 수준 낮은 화상 수업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양극화도 심해졌다. 최승우 온스콜라 대표는 “자기 주도 학습이 안 되는 아이들은 온라인 학습을 더 어려워하기 때문에 잘하는 아이들은 더 잘하고 못하는 아이들은 더 못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우리 애는 학교도 못 가는데 학원으로 분류된 미인가 국제학교 아이들은 등교도 하고 심지어 영어도 곧잘 하는 걸 보면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해외에서 돌아온 유학생들도 가세했다. 임준희 청담엘유학원 대표는 “3년 이상 해외 체류를 해야 지원할 수 있는 외국인학교는 포화 상태고, 인가 국제학교도 정원이 꽉 차서 갈 수 없는 상황이라 미인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언제 다시 해외로 돌아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택한 임시방편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에도 사교육 도움을 받기 위해 한국에 남은 학생들이 많았다. 임 대표는 “이 아이들이 해외 명문대학에 합격했고 미인가 학교들은 입결(입시 결과)을 전면에 내세워 홍보하자 이를 본 초등 양육자들이 들어오면서 미인가 인원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분당(성남)에 사는 이혜원(42)씨는 “해외 주재원으로 나가는 남편을 따라갈 준비를 모두 마쳤는데 코로나19로 무산됐다”며 “딸(11)을 미인가에 보내 보니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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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전엔 100명 안팎의 소규모가 대부분이었다면, 코로나 특수에 힘입어 500~1000명 규모의 대형 학교도 생겨났다. 기존에 사용하는 건물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옆 건물을 함께 쓰거나 아예 새로운 부지를 찾아 이전을 준비하는 곳도 적지 않다. 분당 FIS 학부모인 임보라씨는 “현재는 초등 과정까지만 있는데 9월에 이전하면 중·고등 과정도 신설 예정이라고 안내받았다”며 “학교가 커지면 교육과정에 연속성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원중 ASP 대표는 “현재 상현역 인근 4개 건물을 사용 중인데 확장 계획이 있다”며 “코로나가 끝나고 공립초로 돌아간 아이들도 있지만 그보다 많은 아이가 새로 유입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교를 대체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 늘어나자 공교육을 떠나는 아이들도 증가세다.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학업중단율은 1.0%(5만4615명)로 전년과 비슷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차이가 크다. 초등 학업중단율은 0.7%(1만8936명)지만, 가장 높은 서울 용산구는 4.2%(257명)로 6배 수준이다. 2000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치다. 서초구(3.6%·747명), 강남구(3.1%·770명) 등이 뒤를 이었다. 임준희 청담엘유학원 대표는 “미인가는 공식 통계가 없기 때문에 현재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생 수를 기반으로 추정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이 중 대다수가 미인가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미인가 대안 교육시설(국제·대안학교 등) 관련 점검을 한 것은 2014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점검 대상은 237곳이었으나 업계에서는 최소 3배 이상 늘어났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계속)
그렇다면 미인가 국제학교 학비는 어떨까요.
“맞벌이에 아이 한 명이라면, 충분히 가능해요.”
학교별로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인가 국제학교의 절반 수준이라고 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7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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