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간 1m도 못 갔다”…찬탄·반탄 집회에 봄나들이객 봉변

15일 오후 광화문 인근 골목. 차량 10여대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의 행진으로 15분간 제자리에 멈췄다. 박종서 기자

15일 오후 광화문 인근 골목. 차량 10여대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의 행진으로 15분간 제자리에 멈췄다. 박종서 기자

주말 내내 도심 곳곳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 집회가 열리며 극심한 교통혼잡으로 이어졌다. 최고기온 영상 15도를 웃도는 날씨에 봄나들이를 나왔던 시민들은 불편을 겪었다.

 
토요일인 15일 오후 4시 30분쯤 광화문 인근 경복궁역 사거리. 신호를 기다리던 차량 20여대가 교통경찰의 안내를 받아 줄줄이 차를 돌렸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주최한 15차 범시민 대행진으로 도로가 통제됐기 때문이다. 행진 시각은 오후 6시부터였지만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는 탄핵 찬성하는 집회 참가자들이 4만여명이 집결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세종대로 쪽으로도 전광훈 목사 등이 주최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국민대회’ 참가자들이 경찰 비공식 추산 3만 5000여명이 8차선 도로를 모두 점거한 상태였다.

같은 시각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도 교통혼잡을 겪었다. 보수 기독교단체인 세이브코리아가 주최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로 국회대로 일부 구간이 통제됐고, 차들은 유턴(U턴)했다.

15일 오후 여의도공원 인근. 시민 3명이 집회 참가자들의 행진을 피해 뛰어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 전율 기자

15일 오후 여의도공원 인근. 시민 3명이 집회 참가자들의 행진을 피해 뛰어서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 전율 기자

 
광화문 동십자각 앞의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이 오후 6시부터 행진을 시작하면서 교통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이에 일대를 이동하던 차량이 인파 속에 멈춰 움직이지 못했다. 약 15분간 멈춰있던 차량 10여대는 인파가 모두 지나가고 난 뒤 경찰 등의 안내에 따라 이동했다. 운전자 김씨(34)는 “주말을 맞아 경복궁역 인근 최애카페에 오려다 봉변을 당했다. 차를 돌려서 나갈 수도 없고 너무 당황스러웠다”며 “15분간 1m도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린 여의도에서도 행진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자전거를 탄 한 시민은 시위대가 모두 지나간 뒤에 횡단보도를 건넜고, 아이 손을 잡은 한 여성은 인파를 피해 5분여간 제자리에 서 있다가 길을 건넜다.

서울특별시 교통정보센터(TOPIS)에 따르면 집회 관련 도로 통제는 15일 29건, 16일 6건이다. 이에 통제된 도로 인근 우회로는 극심한 정체를 겪었다. 15일 오후 4시 기준 세종대로 인근 우회로인 새문안로 등에선 차량이 시속 7㎞로 운행됐다. 같은 시각 서울 전체 평균 통행 속도인 시속 20㎞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치다.

16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5번 출구 앞 따릉이 대여소. 대여소 임시 폐쇄로 한 대의 자전거도 세워져 있지 않았다. 박종서 기자

16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 5번 출구 앞 따릉이 대여소. 대여소 임시 폐쇄로 한 대의 자전거도 세워져 있지 않았다. 박종서 기자

 
집회 장소 인근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도 폐쇄됐다. 16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3·5번 출구 앞 따릉이 대여소엔 자전거가 한 대도 세워져 있지 않았다. 대여소엔 ‘임시 폐쇄’라는 안내가 적혔고, ‘대여 반납 불가’라는 띠로 둘려 있었다.

황모(28)씨는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가려다 (대여소가) 임시 폐쇄돼 집에 돌아가는 길”이라며 “오늘(16일) 여의도 집회·행진은 모두 끝났는데도 따릉이를 이용할 수 없는 건 아쉽다”고 말했다. 서울자전거 따릉이에 따르면 16일 오후 기준 17개의 대여소가 집회로 인해 임시 폐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