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험사 인수 간절한 우리금융, 경영평가 2→3등급 확정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열린 사외이사 양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과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기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한 단계 낮추기로 최종 확정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주 중 이를 넘겨받아 우리금융의 동양생명ㆍABL생명 인수 여부를 판단한다. 이르면 5월 중 결론을 낸다는 방침인데, 경영 건전성 개선 등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등급 강등의 주된 배경은 내부통제 부실과 리스크 관리 실패다. 우리금융은 최근 금감원 정기검사에서 대규모 부실ㆍ부당대출이 적발됐다. 이 중 730억원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이 연루된 부당대출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정기검사 결과 발표 직후 “부실한 내부 통제나 불건전한 조직 문화에 대해 상을 줄 생각은 없다”며 등급 하향 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위는 이와 별개로 보험사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사가 자회사를 편입할 때 주로 살펴보는 부분은 전반적인 경영상태다. 경영평가등급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참고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다만 경영실태평가 등급만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고, 전반적인 금융사의 재무상태나 시장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지주회사 감독규정에 따르면 ‘등급 또는 기준 등에 미달하는 경우에도 자본금 증액, 부실자산정리 등을 통해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금융위가 인정하는 경우 경영상태가 건전한 것으로 본다’는 조항(제10조 4항)이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제16조 3항)에도 금융위가 경영 건전성 개선 등을 위한 조건을 붙여서 금융지주의 자회사 편입을 승인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2004년에도 우리금융이 3등급이었지만 조건부로 LG투자증권 자회사 편입을 승인해 준 전례가 있다.

서울 종로구 동양생명. 뉴스1

서울 종로구 동양생명. 뉴스1

동양ㆍABL생명 인수합병(M&A)이 무산될 경우 보험 계약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메리츠화재가 노조 반대로 MG손보 인수를 포기하면서 보험 가입자 124만명이 1700억원 규모의 금전적 피해를 떠안을 수 있는 상황에 부닥친 게 대표적이다. 롯데손보, AXA손보 등 매물이 적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두 보험사를 인수해 안정적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곳은 우리금융이 유일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우리금융은 2024년 8월 이사회 결의를 거쳐 계약을 체결했다. 은행·증권·보험 등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겠다는 구상이었다. 1년 안에 보험사 인수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총 인수가액(약 1조5500억원)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 1500억원을 모회사인 중국 다자보험에 내야 한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우리금융은 올해 1월 15일, 두 회사의 자회사 편입을 위한 승인 신청서를 금융위에 제출했다. 이후 내부통제 및 자본비율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 특히 금융지주 경영 건전성의 척도 중 하나로 여겨지는 보통주 자본비율(CET1)은 지난해 말 12% 상회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통상 CET1이 13%를 넘어서면 주주환원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허가 제도의 취지는 부실한 금융사가 무리한 인수합병을 추진해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은 철저하게 물어야 하지만, 산업 발전을 막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