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잇단 경고등…영화‧음반‧웹툰 성장세 꺾이고 돈줄은 말라간다

K컬처의 성장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세계가 열광하던 한국 영화와 웹툰, 대중음악 분야의 성장세가 멈췄고 일부에선 후퇴하는 모양새다. 질 높은 문화 상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3년 11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웹툰 잡 페스타 모습. K콘텐트의 주요 원천 역할을 한 웹툰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23년 11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3 웹툰 잡 페스타 모습. K콘텐트의 주요 원천 역할을 한 웹툰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다. 연합뉴스

 
큰 위험 신호 중 하나는 K콘텐트의 주요 원천 역할을 하는 웹툰 시장의 축소다. 17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된 작품 수는 총 1만8792개로, 전년(2만141개) 대비 6.7% 감소했다. 국내 34개 플랫폼에서 연재 정보가 확인된 작품을 통계 분석한 결과다. 신작 수 감소 폭은 더 크다. 지난해 등록된 웹툰 신작 개수는 1만4723개로 집계됐다. 1년전(1만7245개) 보다 14.6% 줄었다.

팬데믹 상황에서 반사 이익을 얻으며 2023년까지 호조를 보였던 웹툰 산업은 소비 부진 등의 여파로 성장세가 꺾인 모양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관계자는 “지난해 웹툰 시장이 전체적으로 위축됐다는 것을 통계적으로도 확인했다”며 “올해도 일부 플랫폼 종료 등의 여파로 위축된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기 웹툰은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으로 재가공되며 K콘텐트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해왔다. 웹툰 ‘미생’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는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것은 물론 뮤지컬로 재가공되며 올해 1, 2월 일본에서 공연됐다. 웹툰 ‘이태원 클라쓰’도 드라마의 인기를 업고 연내 뮤지컬로 일본 팬을 찾는다. 

올해 넷플릭스 TV 부문 전 세계 2위까지 올랐던 ‘중증외상센터’를 비롯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팬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스터디그룹’, ‘선의의 경쟁’ 역시 웹툰 원작이다. 김교석 문화평론가는 “최근 K-콘텐트가 각광을 받은 데는 웹툰의 힘이 컸다”며 “국내 웹툰 시장 부진은 K콘텐트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K팝 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터차트가 집계한 지난해 K팝 음반 총 판매량은 8777만장으로 1년 전(1억359만장)보다 15.3% 줄었다. 특히 인도네시아, 태국 등 K팝 주요 소비국가로 꼽히는 동남아시아에서 K팝의 위상도 예전 같지 않다.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동남아 국가의 온라인 음원사이트에서 자국곡 소비 비중이 늘어난 반면 한국곡의 점유율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자국곡 점유율은 2021년 23%에서 지난해 35%로 12%포인트 뛰었다. 반면 이 기간 한국곡 소비 점유율은 12%에서 8%로 4%포인트 줄었다. 

닛케이는 “현지 시스템의 디지털화로 제작비 등이 절감돼 네티즌들이 자국곡을 더 쉽게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이에 한국 연예 기획사들은 신인 아이돌 그룹에 동남아시아 현지 멤버를 기용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국내 영화 시장 부진은 장기화하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영화를 본 관객 수는 모두 1억2313만명으로 나타났다. 1년 전(1억2514만)보다 1.6% 감소했다. 연간 최대 관객 수를 기록한 2019년(2억2668만)과 비교하면 45.7% 줄어든 수치다. OTT 확대 및 내수 부진 등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인 CJ CGV는 최근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했던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K컬처의 앞날도 흐릿하다.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투자 규모가 줄어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영상·공연·음반’ 분야 벤처 투자 규모는 지난해 4937억원으로 전년(6473억원)보다 23.7% 감소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등장 여파 등에 따른 제작비 증가와 경쟁 심화로 K컬처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용산구 CGV용산점에서 시민들이 영화 티켓을 구입하고 있다. 지난해 영화 관람객수는 코로나19 전인 2019년 대비 반토막났다.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CGV용산점에서 시민들이 영화 티켓을 구입하고 있다. 지난해 영화 관람객수는 코로나19 전인 2019년 대비 반토막났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문화 투자에 대한 부담을 제도적으로 덜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콘텐트 산업은 대한민국에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하다”라며 “공연 콘텐트 제작비 세액 공제 신설 등 투자 부담을 줄여줄 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콘텐트 수출 등을 통해 K컬처를 알린 기업에 대한 포상 등의 지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사들 차원에서도 K콘텐트의 질을 높이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교석 평론가는 “웹툰을 원작으로 하더라도 웹툰과 다룬 매력을 가진 콘텐트를 만들어야 전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라며 “각색의 질을 끌어올리는 노력 등을 통해 양질의 콘텐트를 지속해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