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국가 두달 몰랐던 정부, 뒤늦게 “미측, 보안문제라 밝혀”

미국이 한국을 에너지 안보상 주의를 요하는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은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닌 보안 관련 문제라고 외교부가 17일 밝혔다. 기존 예상처럼 국내에서 불거진 핵무장론 때문에 해당 조치가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읽힌다.

외교부는 이날 미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 최하위 단계에 포함시킨 데 대해 “미 측을 접촉한 결과 이는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보안 관련 문제’가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한국 관련 인사가 미 에너지부 산하 국립연구소 프로그램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외교가에서도 한국이 SCL 중에서도 최하위 범주에 든 것을 두고 거대 담론이나 사건 때문이 아니라 단순한 규정 위반 때문일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최근 미국에서는 국립연구소 접근권과 관련해 규제를 한층 엄격하게 강화하는 기류가 있었고, 한국 외에 다른 국가들도 새롭게 민감국가에 추가됐다고 한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미 측은 해당 리스트에 한국이 등재되더라도 한·미 간 공동연구 등 기술협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에너지부도 지난 14일(현지시간) 한국이 민감국가로 지정된 사실을 확인하며 같은 입장을 밝혔다. 에너지부는 “현재 한국과의 양자 간 과학기술 협력에 대한 새로운 제한은 없다”고 했다. 다만 한국 국적자의 “방문과 협력이 필요할 경우 사전에 내부 검토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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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이어 “정부는 한·미 간 과학기술 및 에너지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미 정부 관계기관들과 적극 협의 중이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한국이 미 에너지부 민감국가 리스트에 포함됐다가 미 측과의 협의를 통해 제외된 선례도 있다”면서다.

이와 관련, 1980~90년대에도 한국이 민감국가에 지정됐다가 94년 7월부로 제외된 사실이 미 회계감사원(GAO)의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다만 한국의 핵무장론이 미국의 비확산 관련 우려를 키우는 측면이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미국이 공식적으로는 보안상 이유를 댔을지 몰라도 실제로는 한국의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들이 공공연히 자체 핵 보유를 주장하는 기류 역시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설익은 핵무장론은 민감국가 지정 해제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전까지만이라도 자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그래서 나온다. 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양대 정당이 자체 핵무장 논의를 중단하는 것이 사태의 근원적 해결에 현실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역시 민감국가 지정 이후에도 두 달 동안 해당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지점은 여전히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언론 보도를 통해 해당 문제가 불거진 뒤 1주일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미 측으로부터 제대로 된 원인을 파악한 것 자체가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