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마주하며 재생 에너지를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여깁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 바로 우주 태양광 발전(SBSP, Space-Based Solar Power)입니다. 우주 태양광 발전은 지구 표면이 아닌 우주 공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뒤 무선 전력 전송을 이용해 지구로 에너지를 보내는 기술입니다. 지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은 구름·대기층·지형 등에 의해 효율이 제한되지만, 우주에서는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해서 태양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우주 태양광 발전은 24시간 안정적인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 신재생에너지 공급 불안정성을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으로 평가받습니다. 미래에는 원자력 발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죠. 우주 태양광 발전은 아직 초기 연구 단계에 있어 높은 구축 비용과 기술적 난제 등 여러 과제가 있지만, 중국·유럽·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나서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우주 태양광 이미지. aviationmarie.space
지상 대비 7배 효율…이젠 우주에서 에너지 얻는다
우주 태양광 발전은 크게 세 가지 과정을 거칩니다. 먼저, 우주에 배치된 대규모 태양광 패널이 태양 에너지를 수집합니다. 우주에서는 태양광 반사·흡수로 인한 에너지 손실 없이 강한 태양광을 직접 얻을 수 있습니다. 우주 태양광 패널은 일반적인 실리콘 태양전지가 아닌 갈륨비소(GaAs)와 같은 고효율 태양전지를 사용합니다. 이 태양전지는 일반적인 지상 태양광 패널보다 훨씬 높은 변환 효율을 갖고,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합니다.
태양광 패널에서 생성된 전력은 직류(DC) 전기로 변환되는데, 이 전력을 다시 마이크로파나 레이저 형태의 전자기파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마이크로파 방식은 2.45GHz 또는 5.8GHz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하는데, 이는 전자레인지와 비슷한 주파수 대역이지만 훨씬 낮은 강도로 지구에 전송됩니다. 레이저 방식은 가시광선이나 적외선 대역을 활용해 더 높은 에너지 밀도로 송신할 수 있으나, 대기 조건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안정성과 신뢰성 때문에 현재는 주로 마이크로파 방식을 연구합니다.
우주 전용 태양광 패널 활용. Prime Energy
지상에서는 렉테나(Rectenna, Rectifying antenna)라고 불리는 거대한 안테나가 전자기파를 수신해 다시 전력으로 변환합니다. 렉테나는 지역 제약 없이 설치할 수 있고,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수신할 수 있습니다. 수신된 전력은 변압 과정을 거쳐 일반 전력망으로 공급되며, 기존 전력 시스템과 연계해 가정이나 산업 시설 등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지구에서 1m² 크기의 태양전지가 약 0.4킬로와트(kW)를 생산하는 반면, 우주의 정지궤도(약 36,000km 상공)에서는 1.36킬로와트 수준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날씨나 시간대 제약이 거의 없어서 이론상 지상 대비 7배 이상의 발전 효율을 기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전 세계가 뛰어든 우주 태양광 연구…한국은 어떨까
우주 태양광의 가장 큰 장점은 친환경입니다. 화석연료 발전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원자력 발전의 방사능 사고 위험과 폐연료 처리 문제에서 벗어납니다. 또한 지상에 대규모 패널 부지를 확보하지 않아도 돼 생태계 훼손과 토지 점유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대규모 인프라 건설에 따른 주민 갈등과 탄소 배출 부담도 줄어듭니다. 게다가 우주에서는 날씨나 시간 영향 없이 꾸준한 발전이 가능하고, 마이크로파 전송 기술로 필요한 곳에 맞춤형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환경·안전·효율 면에서 우수한 우주 태양광은 무한한 에너지원으로서의 잠재력이 높고, 탄소 중립과 기후 위기 대응의 핵심 대안으로 주목받습니다.
그러자 세계 각국에서도 우주 태양광의 높은 잠재력을 확인하고 기술 개발 경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미항공우주국(NASA)과 해군연구소가 무선 전력 전송 안테나 모듈(PRAM)을 탑재한 소형 위성을 발사해 우주 환경에서 전력 전송이 가능함을 확인했고, 캘리포니아 공대가 관련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습니다. 중국은 2050년까지 원전 2기에 맞먹는 2기가와트(GW)급 전력을 우주에서 수집해 지구로 보내는 ‘오메가(Omega)’ 시스템을 추진 중입니다. 유럽우주국(ESA)은 ‘솔라리스(Solaris)’ 프로젝트를 통해 1.7㎞ 길이의 태양광 패널로 2기가와트급 전력을 생산해 지구로 무선 전송하며, 2035년까지 시범 발전소를 운영하고 2040년 상용화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일본도 우주 태양광을 통해 전력을 마이크로파로 성공적으로 전송한 실적이 있으며, 2050년까지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한국도 항공우주연구원과 전기연구원 등에서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2050년까지 기가와트급 전송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우주 무선 전력 전송이라는 미래 에너지원 확보가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원하는 지역으로 전기를 전송하는 우주발전소. KDC
우주 태양광 발전은 인류가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한 혁신적인 기술입니다. 아직 기술적·경제적 과제가 남아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실용화되면 지구 에너지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우주에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으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는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클 수 있습니다. 국가 차원의 에너지원 확보를 넘어 우주 산업 관련 민간 기업들도 속속 뛰어들고 있어, 미지의 에너지원으로 남아 있는 우주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속도는 점차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윤준탁 IT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