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의 조기 파면을 촉구하며 단식 중이던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18일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연합뉴스
여야가 장외에서 극단 투쟁으로 헌법재판소를 압박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은 최근 서울 재동 헌재 앞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각하 또는 기각을 압박하는 노숙 단식 투쟁을 벌이고 있다. ‘국가정의실천연합’, ‘나라살리기 1000만 의병’ 등 단체 소속인 이들은 지난달 말부터 단식 투쟁을 시작한 뒤 중간 중간 병원에서 수액 등을 맞아가며 10여일 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이 농성장에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합류했다. 단식 대열에 합류하진 않았지만 지난주부터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 탄핵은 망국의 길’이라고 적힌 피켓을 목에 걸고 ‘단식 응원’ 철야 노숙 투쟁을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지낸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도 농성장에 상주 중이다. 김 전 위원은 통화에서 “단식하는 분들의 건강이 우려돼 이들을 병원으로 이송하고 치료 받는 걸 돕고 있다”고 전했다.
이곳과 멀지 않은 곳에선 윤상현·조배숙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의원 62명이 지난 11일부터 탄핵 기각 또는 각하를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각하 또는 기각을 촉구하는 철야농성 중인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스레드 캡처
응원에 그친 여당과 달리 야당 의원들은 몸소 단식 농성 중이다. ‘윤석열 탄핵 야5당 국회의원 연대’ 소속인 민형배·위성곤·김준혁·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지난 11일부터 서울 광화문에서 단체 단식 농성을 벌였다. 그러다 18일 민 의원이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이송되면서 단식은 중단됐다. 탄핵연대 공동 대표인 박수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 대표께서 ‘충분히 싸웠으니 이제 단식을 중단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이 뜻을 수용해 단식 투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의원들이 배턴을 이어받았다. 민주당 초선 이재강·양문석·임미애 의원, 진보당 정혜경 의원이 민 의원 등의 뒤를 이어 이날부터 단식을 시작했다. 이들은 9일째 단식 중인 위성곤 의원과 함께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별개로 지난 9일부터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홀로 단식 투쟁을 시작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11일 째 단식을 이어가는 중이다. 김 전 지사는 18일 페이스북에 “광화문 광장에 모인 윤석열 파면의 민심이 헌재 판결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썼다.
정치권에선 이처럼 거리에서 극단 투쟁에 나선 여야 의원들이 불복 심리를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당 중진 의원은 “광장에 나가다 보면 극단 경쟁을 하게 된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여당인데 광장 정치에 동참하면 헌재 선고 후 국민 통합은 누가 하느냐”고 비판했다. 야당 의원도 “단식은 약자의 수단인데 의석 수 많은 야당이 단식을 투쟁 수단으로 쓰는 게 바람직한지 잘 모르겠다. 국회에서 할 일이 많지 않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