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서울 송파구의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 얘기다. 인근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끼고 시세보다 5000만원 내린 매물이 있었는데 집주인이 가격을 더 내려도 좋으니 이번 주 안에 꼭 팔아달라고 읍소를 하더라”며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으로 확대 지정한 지 하루 만에 해당 지역은 발칵 뒤집혔다.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중개업소 대표는 “국토부와 서울시 단속(현장 점검)이 있어서 꼬투리 잡힐까 잠시 문을 닫았던 업소들도 고객들 문의를 받느라 다시 연 곳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입장에선 당장 거래가 끊길 게 제일 걱정”이라고 했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인근에는 벌써 1억~2억 낮춘 급매가 나왔다”며 “소문에는 하루 만에 3억 내린 곳도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주원 기자
금리 인하와 토허제 해제 영향 등으로 올해 이 지역 거래량은 급증했다. 중앙일보가 서울부동산광장을 분석했더니 올 1~2월 강남구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80건으로 직전 두 달(422건)보다 61.1% 증가했다. 2월 실거래 신고 기한(30일)이 열흘 정도 남아있어 수치는 더 올라갈 수 있다. 이 기간 용산구(199건)는 60.5% 늘었고, 송파구(816건)와 서초구(485건)는 각각 50%, 41.8% 증가했다.
토허제 4구는 전세를 낀 ‘갭투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국토교통부가 강남 3구의 ‘임대차계약 승계비율’을 조사한 결과, 올해 2월 기준 갭투자 비율은 43.6%였다. 서울 전체 평균(37.5%)을 웃돈다. 지난해에도 40~48% 수준을 유지했다. 또한 지난해 1~7월 기준으로 용산구의 갭투자 비율은 66.5%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1위였다.

19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에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 관련 내용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토허제 확대 지정이 '전세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서초구에 있는 한 중개업소 대표는 “신학기 이사철이 끝나면서 줄어든 전세 매물이 더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남 3구와 용산구는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희소한 곳”이라며 “이들 지역에서 전세 매물이 잠기게 되면 단기간에 임차 비용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