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지 96일째인 20일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 안국역 2번출구에 경찰이 차단벽을 세우고 보행자를 통제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23일 오후 1시부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안국역 인근에 3~4집단으로 흩어진 채 집회를 이어갔다. 집회 참가자들은 손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윤 대통령 탄핵 무효’를 외쳤다. 일부 시위대는 소형 스피커를 들고 헌재를 비난하는 주장을 외치기도 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왔다는 김모(37)씨는 “내일 한 총리 탄핵 선고일인 만큼 헌재에 국민의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미세먼지를 뚫고 집회에 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도 안국역부터 헌재 인근까지 차 벽을 세우고 통행을 통제하는 등 경비를 강화했다.
이날 오전 11시 광화문에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주도의 주일 연합예배 겸 탄핵 반대 집회가 진행됐다. 전국적으로 광주·부산 등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광주에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서구 안디옥교회와 광주보수정당·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가 주관하는 ‘대통령 탄핵반대 광주·전남 애국시민 총궐기집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전한길 한국사 강사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참석했다.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주도하는 시민단체들은 23일을 쉬어가는 날로 정하고 다음 주 집회에 대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회원들이 지난달 19일 서울 서초구 방배경찰서 앞에서 남태령 트랙터 상경 시위와 관련해 경찰 조사 출석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이번 주초부터 탄핵 찬반 양측 집회가 한층 가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오는 25일 ‘전봉준 투쟁단’을 꾸리고 25일 트랙터 20대와 1t 트럭 50대를 동원해 상경집회를 벌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서초구 남태령에 오후 2시경 모여 집회를 열고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할 예정이다. 해당 소식을 접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디시인사이드 ‘미국 정치 갤러리’에 글을 올려 “애국 덤프트럭 기사님 지원 안 되나”, “트랙터 엔진에 설탕을 넣겠다”며 충돌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서울경찰청은 물리적 충돌 우려와 평일 교통 불편 등을 이유로 트랙터·화물차량의 행진 참여를 금지하는 집회 제한 통고를 내렸다고 밝혔다. 전국 기동대 70% 이상을 헌재 등에 배치하기로 한 상황에서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상경 집회’ 소식에 경기 남부 지역에 거주하는 일부 시민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매일 서울로 출근하는 경기도 안양시 주민 김모(32)씨는 “경기 남부에서 서울로 가는 길은 항상 막히는 편인데 출퇴근길에 혹시라도 영향을 줄까 걱정된다”고 했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역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피켓 1인 시위를 벌였다. 김서원 기자
전문가들은 헌재가 조속히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재현 동아대 로스쿨 교수는 “통상적으로 변론 종결 이후 2주면 결론을 내던 헌재가 이례적으로 평의 시간을 길게 끌면서 국가적 손실이 커지고 있다”며 “국정 공백은 물론이고, 국민이 둘로 쪼개져 과격 시위를 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탄핵이든 기각이든 헌재가 하루라도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