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회생신청서에 “이달부터 현금 부족”…납품업체 조율도 난항

20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20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홈플러스가 기업 회생을 결심하고도 채권을 발행했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대주주 MBK파트너스는 당장 이달 중순부터 현금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예측한 것으로 확인됐다. 홈플러스 측은 “가장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이며 회생 절차를 오래 전부터 준비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가운데 국내 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홈플러스에 대금 선납을 요구하고 나서 납품 중단 가능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홈플러스, 회생 신청하며 “5월 부도 우려”

20일 홈플러스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회생절차 개시명령 신청서에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재정 우려 상황을 시기별로 기술했다. 이달 17일 현금 184억원이 부족해 어음 등을 차환하지 못하는 것을 시작으로 5월 말에는 7395억원이 모자라 부도가 날 수 있다며 회생 절차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다.  

홈플러스 측은 “예상치 못한 신용등급 하락으로 단기채 발행이 불가능해져 17일에는 단기자금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을 적었다”며 “가장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한 것으로 법원도 실제로는 5월에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사전 방지를 위해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인등기사항 전부증명서 등 20개가 넘는 회생절차 신청 서류를 준비하기 위해 최소 한두 달 전부터 이를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홈플러스 측은 “관공서 업무를 위해 해당 서류를 정기적으로 발급 받아 보관하고 있었다”며 “(회생 신청을 미리 준비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생 절차 개시 이후인 최근 2주간(3~16일) 매출이 전년 대비 8% 증가하고 고객 수는 9% 늘었다”며 “향후 매출 증가세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납품업체와 힘겨루기

20일 서울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우유판매대. 연합뉴스

20일 서울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우유판매대. 연합뉴스

 
하지만 홈플러스의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납품업체와 마찰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유업계 1위인 서울우유는 이날(20일)부터 홈플러스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고 있다. 대금 지급은 정상적으로 이뤄졌지만 향후 계약 조건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서울우유 측은 “결제 주기 단축에 대해 논의 중이며 합의 후에는 바로 납품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측은 “서울우유는 상품 대금을 현금으로 선납하라고 요구했다”며 “아직 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입점업체도 있는 상황에서 이는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오뚜기, 동서식품,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홈플러스에 납품을 중단했던 주요 식품기업들은 현재 제품을 공급 중이다. 하지만 대금 지급 형태, 결제 주기 단축 등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며 납품 중단 가능성은 남아 있다. 라면업계 1위인 농심도 결제 주기에 대한 의견 차로 전날부터 이틀간 납품을 멈췄다가 21일부터 공급을 재개하기로 했다.

경쟁사는 반사이익 

한편 홈플러스 회생 신청으로 경쟁업체인 대형마트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16일까지 이마트는 품목별로 최대 14%, 롯데마트는 점포별로 최대 20%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홈플러스 매장이 계속 운영되고 있지만 영업 환경에 차질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한 시장 점유율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