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약 50분간 이뤄진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중 간 문화교류 복원을 논의했다. 외교부는 이날 회담 후 결과 자료를 내고 “인적교류를 포함한 각 분야에서 교류를 활성화해 나가는 가운데 한·중 간 문화교류 복원이 양 국민 간 상호 이해를 재고하고 양국 간 실질 협력을 한 차원 더 발전시켜나가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이 중국 전역에서 개봉되면서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해제가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상황에서 이번 한중 양자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본격적인 양국 문화교류 협의의 물꼬가 트인 셈이다.
이날 조 장관과 왕 부장 간의 회담은 훈훈한 분위기에서 시작했다. 조 장관이 직접 왕 부장이 묵고 있는 뉴오타니 호텔을 찾아 회담을 진행했다. 조 장관은 왕 부장과 회담에 앞서 웃는 얼굴로 악수를 나누며 영어로 “오랜만”이라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21일 일본 도쿄 뉴오타니호텔에서 조태열 외교부장관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현예 특파원
조 장관은 왕 부장의 발언에 이어 “지난 10개월간 긴밀히 소통하면서 한·중 관계의 양호한 흐름을 이어온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운을 뗐다. “양국 고위급 교류가 궤도에 올랐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조 장관은 올 가을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을 계기로 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꺼내 들었다. 조 장관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의 방한이 이뤄져서 양국 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면서다.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한·중 양국 국민의 민생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호혜적, 실질적 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는 설명도 보탰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한 회담에서는 시 주석의 APEC 정상회의 참석을 포함해 한중 문화교류와 경제교류, 인적교류 활성화, 한반도 문제 등이 논의됐다. 외교부는 “한·중 FTA 투자 협상을 가속화하는 등 한층 경제협력을 심화시키기 위해서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 장관이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이해 중국에 있는 독립운동 사적지 관리를 위한 중국의 협조을 거론하자, 왕 부장으로부터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호응도 나왔다. 중국의 서해 구조물 설치에 대한 한국의 우려도 전달됐다. 외교부는 “조 장관이 서해에서 중국의 활동으로 인해 우리의 정당하고 합법적 해양 권익이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밝히면서 “왕 부장이 해양권익에 대한 상호 존중이 중요하다는 인식에 대해 소통을 지속해 나가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방일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가운데)이 21일 도쿄 시내 호텔에서 가진 현지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재계 "한국 정세 우려, 한일 협력해야"
니나미 다케시(新浪剛史) 경제동우회 대표 간사는 트럼프 정권 출범에 따른 ‘전환기’를 언급하며 양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정권이 들어선 후 지정학적, 역사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방위는 각국이 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특히 경제 안보 면에서 미국에 의존할 게 아니라 일본, 한국, 호주, 필리핀 및 인도를 포함한 유사 입장국 간의 연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니나미 간사는 “경제 안정 보장권을 구축할 수 있는 열쇠는 한일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라며 반도체, 양자컴퓨터, 바이오 등 영역의 연계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