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도 지원 가능…日 첫 사이버대학에 고3 몰려드는 이유

오는 4월 개교하는 일본의 AI 인재 양성 대학인 ‘ZEN 대학’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원서 접수는 이달 25일까지인데, 지난달 말 현재 이미 정원인 3500명을 넘는 학생이 지원했다.

ZEN대는 기본적으로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집이나 카페에서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한국 등 해외에서도 지원 및 수강이 가능하다.

야마나카 신이치 일본재단 도완고학원 이사장이 지난달 27일 일본 도교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야마나카 신이치 일본재단 도완고학원 이사장이 지난달 27일 일본 도교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새로운 학교임에도 고3 학생들이 몰려드는 이유가 뭘까. ZEN대를 운영하는 ‘일본재단 도완고학원’ 야마나카 신이치(山中伸一·71) 이사장은 지난달 27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누구나 많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기존 학교 교육 스타일에 잘 안 맞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며 “그렇다면 학교가 변해야 한다”고 대학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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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아닌 고3이 바로 진학할 수 있는 온라인 대학

 
Q 강사진으로 일본 최고의 AI 전문가를 영입했다.


A AI 및 디지털 발전으로 사회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AI 시대에 활약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 사회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고 싶다. 기존 대학에선 수업 과목 선택 폭이 좁다는 등 대학 교육과 사회가 요구되는 능력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

Q 기존 통신제 대학과는 어떤 점이 다른가.
A 일본의 통신제 대학 이미지는 직장인들이 야간과 주말에 공부하는 방식이다. 회사 일을 병행하다보니 졸업까지 7~8년이 걸린다. 반면 ZEN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을 겨냥한 커리큘럼이다.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되 4년만에 졸업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녹화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원하는 시간에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이 개인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기업이나 지자체 등과 연계한 체험형 프로그램 등에 참여할 수도 있다. 학생들이 ZEN대학에서  습득한 AI 및 디지털 관련 기술 등을 사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길 바란다. 한국의 기업이나 지자체와도 협력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일본 AI연구 일인자인 마쓰오 유타카 도쿄대 교수가 ZEN대에 제2연구실을 만들면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계획이다.ZEN대 홈페이지 캡처

일본 AI연구 일인자인 마쓰오 유타카 도쿄대 교수가 ZEN대에 제2연구실을 만들면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계획이다.ZEN대 홈페이지 캡처

전세계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강의

 
Q ‘최첨단 교육을 모든이에게’가 학교 슬로건이다. 어떤 의미인가?
A 현재 일본의 대학 교육은 지리적 환경과 소득, 그리고 남녀라는 세 가지 조건에서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도쿄의 대학 진학률은 약 70%이지만, 규슈에선 30~40%에 불과하다. 온라인 강의를 받는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대학 진학을 위해 이사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한 학년에 3500명이라는 많은 학생을 모집하기 때문에 등록금이 저렴하다. 수업료는 국립대보다 연간 15만 엔 정도 저렴한 38만 엔(약 360민원)으로 책정했다. 이 정도면 진학을 포기했던 학생들도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외국 학생도 입학이 가능한가.

A 수업은 모두 일본어로 진행하지만, 번역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국적 조건은 없으며, 지원 동기 등을 일본어로 제출할 수 있다면 세계 어디에서나 공부할 수 있다.

Q 계열 통신제 고등학교인 ‘N고’는 2016년 개교 이후 도쿄대 등 명문대 합격자를 배출해 주목을 받았다. 통신제 학교는 일각에서 부등교(不登校,등교거부) 학생이 많다는 이미지도 있는데, 학생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
A 현재 일본 고등학생의 10%가 통신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부등교라고 하면 '등교거부'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지만, 실상은 학교에 가도 즐겁지 않기 때문에 가지 않는다는 ‘적극적 부등교’가 늘고 있다. 기존의 학교 교육은 교사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학생들에게 전수하는 방식이 주류였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많은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학생들이 교사보다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있는 경우도 많아졌다. 기존의 학교 교육에 맞지 않는 학생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렇다면 학교가 바뀌어야 한다. N고에선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로운 사건에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학교가 학생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스스로 키워나가도록 하고 있다. 

ZEN대 온라인 교육 시스템.학생들은 반응을 화면에 자유롭게 쓸 수있다. ZEN대 홈페이지 캡처

ZEN대 온라인 교육 시스템.학생들은 반응을 화면에 자유롭게 쓸 수있다. ZEN대 홈페이지 캡처

온라인에서 갖춘 소통 능력 현실에서도 뛰어나다 

 
Q 10대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데 한계는 없나.
A N고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처음부터 뚜렷한 목표나 자율적인 학업 습관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N고에선 온라인에서 친구를 만드는 것을 중요시한다. (같은 그룹 계열의 S고와 합쳐서) 학생 수가 3만 명에 달해 온라인상에 거대한 캠퍼스가 형성돼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동아리를 만들수도 있다. 

Q 악성 댓글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을텐데.
A 학부모 입장에선 아이가 컴퓨터 화면만 보고 있으면 걱정될 것이다. 하지만 N고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학생들의 온라인 소통 능력은 매우 높다. 만약 학생들끼리 주고받는 대화에서 위험한 단어가 나오면 학교쪽에서 즉각 지도하는 안전망도 존재한다. 또 문화제 등 오프라인에서 만나 협업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마련돼 있어 현실에서의 소통 능력도 높은 편이다. ZEN대에선 학생들이 이런 능력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도할 생각이다.

야마나카 신이치 이사장
도쿄대 법대 졸업. 1977년 문부성(현 문부과학성) 입성. 문부과학사무차관, 주불가리아 대사 등 역임. N고 등을 운영하는 ‘가도카와 도완고학원’이사장을 지낸 뒤 지난해부터 ‘일본재단 도완고학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