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하는 K-주주행동주의…재계 “막강 소액주주, 경영권 방어 수단 부족”

최근 소액주주연대를 중심으로 한 주주행동주의가 확산하면서 기업 경영권 방어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재계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4일 발표한 ‘최근 주주행동주의 변화와 시사점 연구’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412개사의 정기·임시 주주총회에 상정된 주주제안 안건 1993건 중 소액주주 및 소액주주연대 주주제안 건수는 2015년 33건에서 2024년 73건으로 2.2배 늘었다. 제안 건수가 가장 많았던 2023년(204건)과 비교하면 8년만에 6.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대한상의는 “주주권익 강화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지분율 역전 등에 따른 기업의 경영권 불안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10년간 소액주주&연대 및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 추이. 대한상의 제공

최근 10년간 소액주주&연대 및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 추이. 대한상의 제공

 
대한상의는 국내 주주행동주의 유형을 ▶주주환원·경영투명성 제고 등을 요구하는 ‘수익 강화형’ ▶시민단체와 주주행동 플랫폼이 연대해 집중투표제 도입 등에 초점을 두는 ’이념 개입형’ ▶글로벌 사모펀드(PEF) 등이 경영권 인수나 차익 실현을 위해 경영권 확보·이사회 장악·공개매수 등을 추진하는 ‘경영권 인수형’ 등 3가지로 나눴다. 특히 경영권 인수형의 경우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높이는 기능도 있지만, 자칫 국가기간산업과 핵심 기술이 외국으로 넘어갈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소액주주들의 지분 영향력도 강하다. 대한상의가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코스피·코스닥 시장 각각 상위 100개사의 소액주주와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율을 분석한 결과, 소액주주 평균 지분율은 47.8%로 나타났다. 이는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율(37.8%)보다 1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대한상의는 “과거 소액주주는 결집력이 약해 소액주주 비중이 높더라도 크게 문제 되지 않았지만, 최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소액주주가 연대하면서 높은 지분율을 가진 단일 주주처럼 주주행동에 나서고 있어 향후 소액주주 비중이 기업 경영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코스닥 상장사인 바이오 소재 기업 아미코젠은 최근 소액주주연대가 35.7% 지분율을 확보한 뒤 창업주이자 CEO를 교체하기도 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3곳 중 1곳은 최대주주 측 지분이 3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한국에서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은 차등 의결권,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과 같은 경영권 방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기업이 방어 지분 확보 대신 성장과 투자 및 주주환원에 자원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에서 보장하는 경영권 방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기업 현장에 큰 혼란을 초래해 우리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미칠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핀셋 개선’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