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명과 관계 끊었다” 주장…휴대폰 포렌식서 검증될까

오세훈 서울시장은 후원가인 김한정씨를 통해 명태균씨 측에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은 후원가인 김한정씨를 통해 명태균씨 측에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뉴스1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23일 집무실·공관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휴대전화와 태블릿PC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이어가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20일 압수수색 이후 나흘째 이어지는 포렌식 작업에 변호인을 참관시키는 등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 

통화내역과 메시지 등 포렌식 자료에 대한 분석이 끝낸 이후 이르면 이번 주 오 시장에 대한 소환 통보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 시장은 압수수색 직후 기자들과 만나 “조속한 시일 내 조사받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명태균씨 측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는 등 여론조사 실시 및 대납과 관련한 상황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뉴스1

명태균씨 측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는 등 여론조사 실시 및 대납과 관련한 상황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뉴스1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의 핵심은 오 시장 후원자인 김한정씨가 13회에 걸쳐 명태균씨에게 비공표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비용 3300만원을 지급한 사실을 보고받았거나 인지했는지 여부다. 명씨 측은 김씨와 함께 오 시장을 만나 여론조사와 관련해 3자가 논의했고, 특히 오 시장이 “나경원을 이기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언급까지 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검찰은 선거를 앞두고 명씨가 김씨에게 “오 시장에 유리하게 해 달라고 여론조사 업체에 얘기해봤는데 안 된다더라”는 취지로 보낸 문자 메시지를 확보했다. 명씨의 의뢰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피플네트웍스(PNR)의 서명원 대표 역시 검찰 조사에서 “여론조사 의뢰인은 오세훈 본인인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주말인 23일에도 오세훈 서울시장의 집무실과 공관에서 압수한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등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주말인 23일에도 오세훈 서울시장의 집무실과 공관에서 압수한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등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같은 진술은 대부분 추측이거나 의견에 불과해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입증할 직접 증거로 활용되기 어렵다. 실제 오 시장과 김씨 측은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대부분을 부인하고 있다. 오 시장은 “명씨가 여론조사를 팔러 와서 테스트하느라고 좀 시켜봤는데 허점이 너무 많아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당신과 거래할 수 없다’고 쫓아냈다”는 입장이다. 후원자 김씨를 통해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비용을 대납한 적 없는 것은 물론이고 관련 논의를 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김씨는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비용을 지불한 것은 맞지만, 그 결과는 보궐선거 당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여의도연구원에 참고용 자료로만 전달됐다고 주장한다.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하고 그 결과를 오 시장에게 보고한 것이 아닌 당 차원에서 선거 판세를 분석하기 위한 자료로 명씨의 여론조사를 활용했다는 취지다.

지난 20일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검찰. 공동취재단

지난 20일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검찰. 공동취재단

검찰은 명씨와 김씨, 오 시장 측 간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오 시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를 토대로 혐의 내용을 검증하고 있다. 검찰은 또 수사 범위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 오 시장의 전·현직 측근으로 확대하고 있다. 오 시장이 명씨와 교류를 끊었다고 언급한 2021년 2월 이후에도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 참모들이 지속적으로 명씨와 만난 정황이 드러나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은 검찰 조사에서 2021년 2월 이후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명씨와 함께 강 전 부시장을 만났다고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