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개인화’가 최근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뷰티·패션 등 유통업계가 AI 활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입고 꾸미고 먹는 것까지 AI로 소비자 요구를 정밀하게 반영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AI가 유통 산업의 미래를 설계하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맞춤형 파운데이션 서비스 공간. 사진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아모레 회장은 25일 미국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AI 분야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 AI 서밋’ 참석을 위해 방한하는 나델라 CEO는 매년 한국의 기업인과 교류해왔다. 하지만 뷰티업계와 만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아모레 측은 이번 회동이 AI 서비스를 고도하기 위한 전략적 협의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노치국 아모레퍼시픽 AI솔루션팀장은 “고도화된 AI 뷰티 카운셀러 서비스를 이르면 올해 안에 선보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블리의 AI 프로필 서비스 화면. 사진 에이블리
AI는 패션업계의 판매 방식도 바꿔가고 있다. 패션 전문몰 1위(1월 월간활성사용자 936만명)인 에이블리는 자체 개발한 AI 추천 기술을 내걸고 시작됐다. 가령 꽃무늬 원피스를 클릭하거나 찜하면, 이런 원피스를 좋아하는 다른 사용자가 선호하는 트위드 원피스나 블라우스 등의 스타일을 추천한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취향 같은 가격 이외 요소가 구매 결정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착안했다”라며 “30억개의 빅데이터를 보유한 만큼 정교한 추천이 가능하다”라고 했다.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빅3 유통 대기업들도 오너가 직접 나서 AI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AI 전환을 한발 앞서 준비하면 새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 일정 당시 AI 정책 책임자로 임명된 데이비드 삭스와 만나 “AI 같은 신기술을 유통에 접목해 고객 경험을 확대하는 부분에 관심이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 기업은 업무 효율뿐 아니라 맞춤 서비스를 통한 고객 경험 강화에 AI를 속속 접목하고 있으며, 분야를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민석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정책팀장은 “AI는 기존의 운영방식과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라며 “단순히 비용 절감이나 효율성 증대를 넘어 소비자 경험의 질적 향상과 새로운 시장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