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서미 스트리트'도 위기…트럼프, 美공영방송 "지원 중단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 양대 공영방송인 NPR(라디오)과 PBS(TV)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중단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가 수장인 정부효율부(DOGE) 주도로 연방정부 지출을 대폭 줄이는 가운데 나온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각국 주재 대사 지명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두 매체에 대한 지원 중단에 동의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나는 그렇게 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두 방송은) 매우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 방송에 대한) 세금 지원은 돈 낭비"라며 "DOGE가 두 조직에 대한 폐쇄를 권고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의 양대 공영 방송인 NPR(라디오)과 PBS(TV)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중단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PBS에서 제작하는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의 양대 공영 방송인 NPR(라디오)과 PBS(TV)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중단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PBS에서 제작하는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 AP=연합뉴스

1970년 '공공방송법'에 근거한 비영리 재단으로 출범한 NPR에 대한 연방정부 지원액은 전체 예산의 1%다. 1969년 개국한 PBS도 비영리 법인으로 공영방송 관련 기금 등으로 운영된다. PBS는 예산의 16%를 연방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두 방송은 "당파 색이 덜한 양질의 콘텐트로 유권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준다"(블룸버그통신)는 평가를 받아 왔다. 

PBS는 개국 원년부터 전 세계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동용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 방영으로 유명하다. PBS 산하 세서미워크숍이 제작을 맡고 있다. 한국에서도 AFKN(현 AFN Korea)이 방영하면서 1980년대 초반부터 소개됐다. 24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세서미워크숍은 몇 주 전 직원의 20%인 100여명을 해고하는 등 이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쿠바용 선전방송도 해체

미국의 지원을 받던 대(對)쿠바 선전 방송국도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25일 현지 언론에 다르면 쿠바 맞은 편에 있는 마이애미에 사무실을 둔 '라디오 마르티'는 트럼프의 예산 집행 중단 행정명령에 따라 해체될 예정이다. 현재 모든 직원이 유급 휴직 중이거나 면직 통보를 받았다. 건물과 컴퓨터 시스템에 접근하지 말라는 지시도 내린 상태다. 


2025년 3월 17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운영되는 라디오 마르티 사무실 직원들이 면직 통보를 받은 가운데, 경비원만 사무실 주위를 지키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2025년 3월 17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운영되는 라디오 마르티 사무실 직원들이 면직 통보를 받은 가운데, 경비원만 사무실 주위를 지키고 있는 모습. EPA=연합뉴스

1983년 설립된 라디오 마르티는 쿠바 관련 뉴스를 스페인어로 제작해 송출한다. 1990년부터 TV 방송도 시작했다. 최근 들어선 온라인을 통해 전 세계에서 방송을 들을 수 있다. 쿠바 정부에 대한 비판 보도가 주로 다뤄지는데, 이 때문에 쿠바의 정치 지도자인 피델·라울 카스트로 형제는 이 방송 청취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 NYT는 "카스트로도 못 한 일을 트럼프가 했다"고 전했다. 

2025년 3월 17일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VOA 본부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 팻말에는 "VOA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지만 트럼프와 푸틴은 이들을 탄압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EPA=연합뉴스

2025년 3월 17일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VOA 본부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 팻말에는 "VOA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지만 트럼프와 푸틴은 이들을 탄압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EPA=연합뉴스

앞서 트럼프는 지난 14일 연방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대외 방송인 미국의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을 관할하는 글로벌미디어국(USAGM)을 축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들 기관에 몸담았던 직원들은 해고됐고, 특히 외국인의 경우 추방될 위험까지 처해 있다.  

한편 25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로이스 램버스 원로판사는 USAGM을 감독하는 캐리 레이크 특별고문 등에게 관영매체 자유유럽방송(RFE)에 대한 연방 지원금을 일방적으로 끊은 것이 법에 어긋난다며 자금 지원을 재개하라고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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