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유리한데, 왜 죽쑤나…홈 4전3무 홍명보호 '비긴'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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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린 기자 사진 박린 기자
25일 요르단전 중계사는 엔딩 곡으로 영화 ‘비긴 어게인’의 OST를 틀었다. 여기에 ‘1:1, 1:1’이라는 자막을 곁들였다. 한국이 오만전(20일)에 이어 또 다시 홈에서 1-1로 비긴 점을 풍자해 ‘또 비겼네’라는 의미를 담아냈다. 사진은 침통한 표정을 한 홍명보 감독. [사진 쿠팡플레이]

25일 요르단전 중계사는 엔딩 곡으로 영화 ‘비긴 어게인’의 OST를 틀었다. 여기에 ‘1:1, 1:1’이라는 자막을 곁들였다. 한국이 오만전(20일)에 이어 또 다시 홈에서 1-1로 비긴 점을 풍자해 ‘또 비겼네’라는 의미를 담아냈다. 사진은 침통한 표정을 한 홍명보 감독. [사진 쿠팡플레이]

 
25일 요르단과의 축구 A매치 중계사는 엔딩 곡으로 ‘Lost Stars(길 잃은 별들)’를 틀었다. 영화 ‘비긴 어게인’의 OST였다. 여기에 ‘1:1, 1:1’이라는 자막을 곁들였다. 한국이 오만전(20일)에 이어 또 다시 홈에서 1-1로 비긴 점을 풍자해 ‘또 비겼네’라는 의미를 담아냈다.

홍명보(56)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8경기를 치러 4승4무를 기록 중이다. 무패와 1위를 유지 중이지만, 홈 4경기에서 1승(3무)에 그치며 실망을 안겼다. 종목을 막론하고 홈 경기는 팬들의 응원에 익숙한 환경까지 더해져 절대적으로 유리한데, 홍명보호는 특이하게도 안방에서 더욱 힘들어한다.

최근 홈 4경기 3무 답답한 한국 축구
2024년 9월5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대한민국 0 - 0 팔레스타인
2024년 10월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 대한민국 3 - 2 이라크
2025년 3월 20일 고양종합운동장 대한민국 1 - 1 오만
2025년 3월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 대한민국 1 - 1 요르단
 
주장 손흥민(토트넘)은 열악한 잔디 상태를 원인으로 지목하며 작심 발언을 했다. “홈 경기인 만큼 최상의 환경에서 뛰어야 하는 데 그라운드 상태가 개선이 안돼 속상하다”면서 “축구는 작은 디테일에서 승점 1점(무승부)이냐 3점(승리)이냐가 갈리는 스포츠”라고 했다. 이번 2연전 기간에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을 포함해 축구대표팀 주축 선수 3명이 그라운드 상태의 직·간접적 영향으로 부상 낙마했다.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20일 오만전에서 슛을 쏘고 있다. 이날 경기를 치른 고양종합운동장은 논두렁 잔디였다. [뉴스1]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20일 오만전에서 슛을 쏘고 있다. 이날 경기를 치른 고양종합운동장은 논두렁 잔디였다. [뉴스1]

다만 오만전을 치른 고양종합운동장의 ‘논두렁 잔디’와 비교해 수원월드컵경기장 잔디는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측면 수비수 설영우(즈베즈다)는 “(수원) 잔디는 지난 경기보다 좋았다. 상대도 똑같은 조건에서 뛰었으니 핑계 삼고 싶지 않다”고 소신 발언했다. 오만과 요르단 선수들은 A매치 기간이 이슬람교의 금식 성월인 라마단과 겹쳐 체력적으로 더 힘들었다.

홍명보호 멤버 중 유럽과 중동에서 뛰는 해외파는 65%(28명 중 18명)에 달한다. 이들은 국내에서 A매치를 치를 때마다 장거리 이동과 시차 문제로 애를 먹는다. 손흥민은 “멀리서 온 친구들이 시차 적응도 못하고 버스에서 조는 모습을 보면 고맙기도 안타깝기도 하다”고 털어놓았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A매치 홈 경기의 잇단 부진 원인에 대해 ‘부담감’과 ‘유럽파 장거리 이동’을 언급하면서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진 못 했다”고 털어놓았다.


요르단과 무승부를 거둔 축구 국가대표팀이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요르단과 무승부를 거둔 축구 국가대표팀이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축구계 일각에선 유연성이 떨어지는 홍 감독의 전술에서 부진의 원인을 찾는다. 한국은 이달 홈 2연전 모두 선제 골을 넣었지만, 추가 골 획득에 어려움을 겪다 동점을 허용했다.

수비수들은 상대의 위협적인 드리블 돌파를 파울로 끊지 않아 “도련님 수비를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나란히 후반 교체 카드로 활용한 두 스트라이커 오세훈(마치다 젤비아)과 오현규(헹크)는 투입 시점과 역할 모두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그래픽 이미지.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그래픽 이미지.

 
일단 홍명보호의 월드컵 본선행 가능성은 매우 높다. 두 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2위 요르단, 3위 이라크에 각각 승점 3점차와 4점 차로 앞서 있기 때문이다. 오는 6월 이라크와의 원정 9차전에서 무승부 이상의 성적을 내면 조 1·2위에 주어지는 본선 직행권을 거머쥔다. 혹여 이라크에 지더라도 6월10일 쿠웨이트와의 최종전에서 비기면 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황에 만족해선 곤란하다. 지난 26일 같은 조 팔레스타인이 97분에 터진 극장 골로 2-1 역전승을 거둬 이라크를 주저 앉힌 게 홍명보호에 천우신조가 됐다. 이날 팔레스타인을 꺾었다면 한국을 승점 1점 차로 추격할 수 있었던 이라크는 헤수스 카사스 감독을 경질할 예정이다.

한편 중국은 호주에 0-2로 져 C조 꼴찌(2승6패)로 추락하며 월드컵 본선 꿈이 더 멀어졌다. 한국 사령탑을 역임한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아랍에미리트 감독은 북한을 2-1로 꺾고도 A조 3위(4승1무3패)에 머물자 전격 경질됐다. 최하위(2무6패) 북한은 탈락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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