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청계천' 산지천 변신, 로마 도로 따라한 사괴석 걷어낸다

서울 청계천, 제주 ‘산지천’ 참조해 복원 

노랑부리백로가 찾은 제주시 산지천 전경. 최충일 기자

노랑부리백로가 찾은 제주시 산지천 전경. 최충일 기자

제주의 청계천으로 불리는 ‘산지천’이 인접 도로와 수경분수를 재정비하는 등 친수공간으로 한층 더 진화한다. 산지천은 실제 서울 청계천의 모델이 된 곳이다. 인근은 제주 최대인 동문재래시장과 중앙로 상가 밀집 지역이고 제주올레 18코스의 시작점이라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로마 도로 따라 한 '사괴석' 걷어낸다 

25일 제주시 산지로 구간에 깔린 사괴석들. 최충일 기자

25일 제주시 산지로 구간에 깔린 사괴석들. 최충일 기자

제주시는 3월 말~4월 초 쯤 산지로(동문로터리~산지천 용진교) 450m 구간 도로에 깔린 사괴석(四塊石)을 걷어내는 공사를 시작한다. 걷어낸 구간은 일반 도로처럼 아스콘으로 포장한다. 사괴석은 육면체의 화강석을 도로 면에 깔아서 울퉁불퉁하게 만든 것이다. 당시 이탈리아 로마 등 유럽의 구시가지 도로를 참조했다. 사업비는 15억원이다. 공사 기간은 약 180일로 오는 10월쯤 준공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차 없는 거리 무산…대형트럭 지나 ‘울퉁불퉁’  

25일 제주시 산지로 구간에 깔린 사괴석들. 최충일 기자

25일 제주시 산지로 구간에 깔린 사괴석들. 최충일 기자

도로 재정비는 산지로의 통행환경 개선이 가장 주된 이유다. 8년 만에 사괴석을 치우고 다시 일반 도로화하는 것이다. 사괴석 도로는 제주도가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탐라문화광장’을 추진하며 6억원을 들여 지난 2017년 조성했다. 탐라문화광장은 애초에 세계음식테마거리 등 ‘차 없는 거리’를 목표로 했으나 민간 투자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사업이 무산됐다. 이후 사괴석 도로에 주로 차들이 다니면서 도로에 문제가 생겼다. 특히 이 도로는 제주시 구도심과 제주항을 잇는 구간이라 대형 물류 차량의 통행이 잦아 도로 구간 일부가 울퉁불퉁하게 변했다. 이 때문에 소음과 분진 등이 다른 도로에 비해 많았다.

인도 폭 넓히고, 녹지·휴게공간 늘린다

제주시 산지천 전경. 최충일 기자

제주시 산지천 전경. 최충일 기자

이번 공사에선 도로 정비 외에 차도폭을 줄이고 인도 폭을 넓히는 작업도 이뤄진다. 기존 왕복 4차로였던 산지로를 왕복 2차로로 줄이고, 기존에 폭이 1.5m 정도였던 산지천 쪽 인도의 폭을 3.5m에서 최대 5m까지 대폭 넓힌다. 인도 인근의 녹지공간과 휴게공간도 늘려 보행자 친화적인 도로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야간 관광객 위한 조명·음악 분수도 재정비

제주시 산지천 수경분수. 사진 제주시

제주시 산지천 수경분수. 사진 제주시

또 제주시는 산지천 분수도 재정비했다.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분수 시설의 안정적인 용수 공급을 위해 산지천 북성교 가동보(可動洑) 내 에어백 교체 공사를 통해 시설의 내구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시공을 했다. 산지천 분수는 탐라문화광장 조성 사업과 함께 지난 2016년 조성됐다. 재정비한 분수는 올해 11월까지 운영한다. 올해 운영 기간은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이다. 정기 점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저녁 8시부터 30분간 운영된다.


60~80년대 복개(覆蓋) 후 2002년 하천 복원

1980년 8월 완공된 산지천 복개 건물들. 사진 '산지천의 원류를 찾아서' 발췌

1980년 8월 완공된 산지천 복개 건물들. 사진 '산지천의 원류를 찾아서' 발췌

제주시 중심을 관통하는 산지천은 산업화가 한창이던 1966년 10월부터 1980년 8월까지 세 차례에 걸친 복개(覆蓋) 사업과 주상복합건물 건설 등을 통해 첫 변화를 맞았다. 이후 환경오염 문제가 심해지자 하천을 덮었던 산지천 상부의 주상복합건물 등을 1996년 철거했다. 그 후 2002년 다시 하천의 모습을 복원해 친수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산지천, 제주인의 얼·삶 담겨…문화 향유 기대” 

1890년대 제주 산지천 포구. 사진 '제주100년' 발췌

1890년대 제주 산지천 포구. 사진 '제주100년' 발췌

이런 산지천 복원은 2005년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 모델이 되기도 했다.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은 제주시를 관통하는 주요 하천인 산지천의 자연환경과 이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녹여낸 책『산지천의 원류를 찾아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박찬식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장은 “산지천의 주맥(主脈)으로 이어진 산천단, 삼성혈, 광양당, 탐라도성, 경천암, 조천석 등에는 탐라인들의 얼과 제주인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며 “도로와 인도 환경이 개선되면 더 많은 이들이 이런 문화를 향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