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도 화마도 버틴다…만휴정 살린 '방염포 기적'

26일 오전 경북 안동시 길안면 만휴정에 방염포가 덮여 있다. 전날 소실된 것으로 추정됐던 만휴정은 방염포 덕분에 다행히 큰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경상북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돼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경북 안동시 길안면 만휴정에 방염포가 덮여 있다. 전날 소실된 것으로 추정됐던 만휴정은 방염포 덕분에 다행히 큰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촬영지로도 유명한 이곳은 경상북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돼 있다. 연합뉴스

경북 산불 확산으로 인해 한때 소실됐다고 알려진 안동 만휴정이 기적적으로 ‘생환’하면서 화마를 피하는 데 역할을 한 방염포(정식 명칭은 방염천)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전날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던 안동 길안면의 16세기 정자 만휴정이 별다른 피해 없이 양호한 상태로 확인됐다. 그러나 만휴정을 둘러싼 숲에선 이날까지 연기와 잔불이 포착돼 소방차가 오후에 재진화 작업에 나섰다. 국가유산청 안전방재과 관계자는 “잔불이 건물에서 불과 5m 떨어진 언덕에서 발견됐을 정도로 아찔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전날 산불이 길안면 쪽으로 맹렬하게 뻗어오자 안동시는 이곳에 방재 인력을 투입시켰다가 돌풍과 함께 불길이 만휴정 뒤쪽을 덮치자 철수시켰다. 철수에 앞서 국가유산청과 안동시, 경북북부돌봄센터, 소방서 등 40여명이 합동으로 기와 지붕을 제외한 목조건물 전면에 방염포를 덮었다. 26일 현장 사진에서도 폭 1m 가량의 방염포가 건물 사면을 둘러가며 촘촘히 둘러진 모습이 확인된다.

 26일 오전 경북 안동시 길안면 만휴정에 방염포가 덮여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경북 안동시 길안면 만휴정에 방염포가 덮여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후 경북 안동 길안면의 만휴정 인근에서 전날 덮친 산불의 잔불이 확인돼 소방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국가유산청

26일 오후 경북 안동 길안면의 만휴정 인근에서 전날 덮친 산불의 잔불이 확인돼 소방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만휴정에 조치한 방염포는 열기가 1000도 이상인 경우 10분 정도, 500~700도는 무제한 버틸 수 있는데, 불티가 설사 닿았다 해도 700도 이상 올라가지 않은 것같다”고 말했다.

전날 건물 30개동 가운데 대웅전 등 9개동을 제외하고 모두 불타버린 의성 고운사에서도 방염포로 꽁꽁 싸맨 삼층석탑이 온전한 상태로 확인됐다. 


방염포는 면 직물에 방화 성능의 특수재료를 함께 짜넣은 천으로 화재 때 열기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주로 산업 및 공공시설에 안전용으로 비치된다. 김동현 전주대 소방방재과 교수는 “난연 3급 재료로 제작하는 방염포는 소방관 방화복처럼 시설물을 덮어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먼서 “문화유산 중에서도 화재에 취약한 목조물 등에 방재 효과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26일 경북 의성 고운사를 드론으로 항공 촬영한 모습. 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인 고운사는 전날 덮친 산불로 인해 건물 30개동 가운데 대웅전 등 9개동을 제외하고 모두 불타버렸다. 사진 국가유산청

26일 경북 의성 고운사를 드론으로 항공 촬영한 모습. 대한불교 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인 고운사는 전날 덮친 산불로 인해 건물 30개동 가운데 대웅전 등 9개동을 제외하고 모두 불타버렸다. 사진 국가유산청

26일 경북 의성 고운사에서 방염포로 보호돼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삼층석탑의 모습. 고운사는 전날 덮친 산불로 인해 건물 30개동 가운데 대웅전 등 9개동을 제외하고 모두 불타버렸다. 사진 국가유산청

26일 경북 의성 고운사에서 방염포로 보호돼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삼층석탑의 모습. 고운사는 전날 덮친 산불로 인해 건물 30개동 가운데 대웅전 등 9개동을 제외하고 모두 불타버렸다. 사진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이 처음 도입한 것은 지난 2023년 충남 홍성군 산불 때다. 당사 조계종 사찰 고산사를 방어하기 위해 방염포를 둘렀는데 불길이 사찰 20m 전방에서 방향을 틀면서 방재 효과가 측정되진 않았다. 이후 문화유산의 산불 방재를 위해 대거 투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투입 규모에 대한 중앙일보의 질의에 국가유산청은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4000만원어치(총 200롤)를 구입해 시설 보호가 필요한 곳에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염포는 롤 단위로 판매하는데 이번에 투입된 최신형은 롤 1개가 총 23m 길이다. 폭은 1m, 두께 0.45㎜다. 대체로 석탑 하나를 감싸는데 롤 한두개가 소요된다고 한다.  

전날 긴급하게 주요 불상과 탱화, 현판 등을 주변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킨 안동 봉정사와 영주 부석사 등 주요 사찰은 26일 긴급히 방염포 처리를 이어갔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옮길 수 없는 건축물이나 석탑 등 국보·보물 30여건에 방염포 처리를 했다”고 말했다. 

26일 국가유산청과 관계 당국 직원들이 안동 봉정사 석탑에 방염포를 씌우고 있다. 사진 국가유산청

26일 국가유산청과 관계 당국 직원들이 안동 봉정사 석탑에 방염포를 씌우고 있다. 사진 국가유산청

26일 국가유산청과 관계 당국 직원들이 안동 봉정사 건물에 방염포를 씌우고 있다. 사진 국가유산청

26일 국가유산청과 관계 당국 직원들이 안동 봉정사 건물에 방염포를 씌우고 있다. 사진 국가유산청

방염포 투입은 2005년 강원도 양양 낙산사 화재 이후 문화유산 관련 ‘재난 방지 시설 구축 사업’의 최신 사례다. 낙산사 전소 사건을 계기로 주요 사찰 등 국가유산을 대상으로 화재방지, 방범, 전기안전시설을 구비하는 데 연간 국비 110억원 안팎(지방비 별도)이 투입돼 왔다. 이어 2022년 울주·삼척 화재 때부터는 주요 유물을 소산(이동해 분산시키는 것)시키는 매뉴얼이 가동되고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만휴정 사례를 포함해 이번 산불에서 문화유산 보호 조치에 어떤 것이 긴요하고 미흡했는지 면밀히 분석해 향후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5시 국가유산청 집계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의성 고운사가 전소된 것을 비롯해 국가유산 15건의 피해가 확인됐다. 국가지정 11건(보물 2건, 명승 3건, 천연기념물 3건, 국가민속문화유산 3건)과 시도지정 4건(유형문화유산 1건, 기념물 1건, 문화유산자료 2건)이다. 국가유산청 측은 “가용 인력 750여명을 현장에 투입한 상태이며 예방 살수, 방염포 설치, 유물 이송 등 긴급조치를 계속 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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