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수입산 자동차 25% 관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4월 3일(현지시간) 0시 1분을 기점으로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자동차 부품은 5월 3일 이전에 관세가 부과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면제 관련 질문에 “관세는 100% 영구적(permanent)”이라며 선을 그었다.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 세부 내용에 따르면, 수입산 승용차(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 크로스오버, 화물밴 등) 및 미니트럭, 자동차 부품(엔진, 변속기, 파워트레인, 전장부품 등)에 관세가 부과된다. 백악관은 “다른 부품이 추가될 수 있다”고 밝혔다.
① 지난해 99만대 수출한 현대차·기아 타격

김지윤 기자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준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 공장의 올해 최대 생산능력인 연 30만대를 생산하더라도 한국 수출예상물량(약 100만대)의 30%만 대체할 수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백악관 회견을 통해 밝힌 총 투자액 210억 달러(약 30조8500억원) 중 86억 달러를 HMGMA 생산능력 연 50만대 확대 등에 쓰겠다고 했으나, 공장 증설에는 1년 이상 걸린다.
차종별로 봐도 당분간 손해를 피하긴 어렵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현대차·기아 차종 중 아반떼(13만6698대), 펠리세이드(11만55대), 쏘나타(6만1701대) 등 인기 차종은 모두 한국에서 수출됐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HMGMA에선 아직 생산 계획이 없는 차종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일부 차종은 한국산을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지 공장에 인기 차종 생산라인을 만들고, 얼마나 빠르게 연산 120만대 체제를 구축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② 자동차 부품사도 위기
규모가 작은 업체일수록 타격이 클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2023년 자동차 부품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 업체는 1만5239개사로 완성차에 납품하는 1차 협력사(952개사)→2차 협력사(2577개사)→3차 협력사(9536개사) 등 도급 단계가 낮을 수록 업체 규모는 작고 숫자는 많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에 수출하는 1차 협력사가 관세로 타격을 받으면 2·3차 협력사도 피해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기아 및 다른 완성차 미국법인에 제품을 납품하는 현대모비스(전장·모듈), 현대트랜시스(파워트레인·시트), 현대위아(구동시스템) 등 계열 부품회사의 경우에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한 계열사 관계자는 “우리 제품을 납품받는 미국 내 완성차 업체가 관세를 전가하기 위해 새로운 계약을 맺자고 할까 봐 우려된다”고 전했다.
③ 막막한 한국GM...“정부가 나서야”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국내 일자리를 지킨다는 측면에서 정부가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