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산불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총리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한 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해 일체의 말씀이 없었다”며 “지금은 산불 피해 극복과 미국 관세 대응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4월 1일까지 헌법 책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중대한 결심을 할 것”이라며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에 한 대행이 “여야 합의 없는 재판관 임명은 안 된다”며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자 탄핵을 밀어붙였다. 한 대행은 지난 24일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했지만, 마 후보자 임명을 두고 민주당이 재탄핵까지 거론하면서 다시 충돌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여야의 합의 관행을 존중한다는 한 대행의 입장은 지금도 변함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총리실은 겉으로는 야당의 압박에 ‘로우키’를 유지했지만 내부에서는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불만의 기류도 감지된다. 나라 안팎으로 산불과 미국 상호 관세 부과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한 대행이 탄핵될 경우 정부의 컨트롤 타워가 또다시 흔들릴 수 있어서다. 총리실의 또 다른 관계자는 “당장 이틀 뒤에 발표될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에서 우리나라만 예외 대상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총리마저 없으면 정상 간 대화할 창구마저 사라진다”고 우려했다.
한 대행은 주말 내내 산불 이재민 지원과 복구 대책 마련에 집중했다. 지난 29일 경북 안동을 다녀온 한 대행은 “종자까지 다 타버려서 망연자실해 하는 이재민들이 계속 눈에 밟힌다”며 관련 부처와 지자체에 이주 대책뿐 아니라 세심한 복구 지원을 당부했다고 한다. 한 대행은 이날 KBS 특별 생방송 ‘산불 피해 함께 이겨냅시다’에 출연해 ‘정부의 초기 대응이 실패했다’는 지적에 대해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대비책이나 극복책이 마련돼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미흡한 점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며 “정부가 국회와 협의해 4월쯤에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과시켜 빠른 시일 내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