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27일 오후 의성 산불을 진화하다 헬기 추락사고로 희생된 고 박현우 기장의 분향소가 마련된 의성군청소년문화의집 다목적 강당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잘 몰랐다, 기억 못했단 취지의 얘기가 어떤 ‘행위’에 관한 것인지 특정해줘야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 변호인이 지난 2022년 11월 22일 공직선거법 사건 1심 2차 공판준비기일 한 말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기소 2년 반이 지난 2월에서야 받아들여졌고 지난 26일 무죄 판결의 골자가 됐다. 검찰이 지난달 19일 공소장을 변경한 뒤 불과 한 달여 만에 1심 유죄 부분이 무죄로 뒤집히면서 뒤늦은 공소장 변경이 패착이 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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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6-2부(부장판사 최은정·이예슬·정재오)는 첫 재판부터 공소사실 특정을 요구했다. 재판장인 최은정 부장판사는 당시 “그 발언이 모두 허위사실 공표라는 것인지, 아니면 그중 일부를 특정해서 허위사실공표라고 기소한 것인지 명확하게 밝혀달라”며 “그중에서 또 피고인의 행위와 관련한 것은 무엇인지 특정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는 1심 재판 초기부터 이 대표 측이 요구하던 사항이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2023년 3월 17일 2차 공판기일에서도 변호인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행위가 마치 하나의 맥락인 것처럼 쓰여있는데, 발언 중에 어느 부분이 문제란 건지 구체적으로 특정을 해달라”고 주장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판결을 한두 번 받아보는 것도 아니고, 피고인 측의 공소장 특정 주장이 영 무리해 보이지도 않는데 좀 더 공을 들여서 더 긴 시간 새로운 틀에 맞춘 방어논리를 짰다면 1심 유죄 받은 부분까지 다 깨지진 않았을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며 “일단 공소장을 내고 수정 하는 것도 악습이지만, 잘못된 공소장을 끝까지 안 바꾸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선거법 전문 변호사는 “기소하는 입장에서는 이미 혐의사실 입증이 다 끝났다고 봤을 수도 있고, 이미 1년 넘게 진행해온 논리 구조를 바꾸기가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면서도 “허위사실공표는 판례도 계속 업데이트되고 입증도 까다로운데 비해 예전 공소사실은 좀 뭉툭하게 보이긴 해서 일찍 수정해 대응했다면 결과가 달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한 고법부장 출신 변호사는 “당연히 1심에서 쪼개서 수정했어야 했는데 거의 2년 반을 낭비한 것 아니냐”며 “저런 공소장이 너무 많은데, 법원에서 그냥 이해하고 알아서 나눠 판단해주다 보니 고쳐지지 않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공소장 변경과 무죄 판단은 무관하다”며 “항소심 무죄는 ‘일반 선거인’의 관점이 아닌 피고인의 관점에서 거짓말을 단순 인식의 문제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상고심에서 법리오해로 다시 다툴 예정” 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