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이냐 협상이냐"…'트럼프 관세' 대응 고심하는 미주·유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이프타르 만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열린 이프타르 만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3일부터 모든 외국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각국이 대응책이 갈리고 있다. 캐나다는 보복 관세를 예고한 반면 애초 보복 의지를 밝혔던 멕시코와 유럽연합(EU)은 미국과 협상으로 노선을 갈아탔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2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에 "우리의 노동자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지도 배제하지 않겠다"며 "미국의 관세에 맞서 보복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 통합과 안보 및 군사 협력을 바탕으로 했던 미국과의 오랜 관계는 이제 끝났다"고 했다. 

캐나다는 '보복' 멕시코는 '협상'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8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캐나다-미국 관계 및 국가안보 내각위원회 회의 후 언론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8일 캐나다 오타와에서 캐나다-미국 관계 및 국가안보 내각위원회 회의 후 언론 질의에 대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에 25%의 전면 관세를 부과했지만 미국·캐나다·멕시코무역협정(USMCA) 적용 품목에 대해서는 유예했다. 하지만 캐나다의 주력 수출품목인 알루미늄과 철강은 관세를 피하지 못해 직격탄을 받았다. 캐나다는 미국산 제품에 총 600억 캐나다 달러(약 61조원)의 관세로 맞대응했다. 로이터통신은 "캐나다가 석유, 칼륨 등에 소비세를 부과하는 것이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보복조치 내용은 내달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관세가 발표된 후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카니 총리는 "미국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조치를 내놓고 있어 각각 대응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27일 멕시코 멕시코시티 국립궁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27일 멕시코 멕시코시티 국립궁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캐나다처럼 보복 관세를 예고했던 멕시코는 최근에는 다시 협상으로 선회 중이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자동차 관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면서 "멕시코는 미국과 활발하게 협의하고 있으며 이 정도 의사소통을 하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멕시코 정부는 미국과 실무자 회담을 통해 자동차 부품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이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지금까지 최소 6차례 만나 자동차 부품 관세가 면제될 수 있도록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멕시코도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 이후 추가 대응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4월 2일께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해 우리의 전략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손 내밀었지만…"협상 없다"

27일 스페인 북부 산탄데르 항구에 차량들이 줄지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7일 스페인 북부 산탄데르 항구에 차량들이 줄지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은 다음달 1일부터 대미 보복 관세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연기했다. EU는 그 사이 러트닉 미 상무장관 등과 만나 협상하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은 "다음달 상호관세 발표 전까지는 EU와 협상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최근 EU 집행위원회에 전달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유럽과 협상을 미국이 거부한 것이다. 

여기에 26일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조치까지 더해지며 EU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EU의 부가가치세를 콕 집어 비판했기 때문에 상호관세의 주된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올로프 질 EU 집행위 무역담당 대변인은 "협상을 통해 미국과 EU 양쪽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 우리의 최우선 목표"라며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단호하고 비례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각국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EU가 캐나다와 협력해 미국에 경제적 피해를 주려 한다면 계획한 것보다 더 큰 규모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