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는 30일(현지시간) NBC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3선 도전은 농담이 아니다”며 “많은 사람이 내가 그렇게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3선 의지가 있냐는 질문에는 “나는 일하는 걸 좋아한다”며 출마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다.
3선 도전이 금지된 상황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고 말했다. JD 밴스 부통령이 대선에 출마해 승리한 뒤 대통령 역할을 넘겨주는 시나리오를 질문받자 “그것도 한 방법”이라며 “다른 방법도 있다”고 했다. 미 정치권에선 2028년 대선에 밴스 부통령이 대통령 후보, 트럼프가 부통령 후보로 출마해 밴스가 당선되면 사임 후 트럼프에게 대통령직을 넘기는 시나리오가 거론됐다.
뉴욕타임스(NYT)는 “NBC 인터뷰는 그것(3선 도전)을 유머러스한 일화로 취급했던 트럼프가 사실 진지하게 고려해 왔음을 처음 드러낸 것”이라고 짚었다.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JD밴스 부통령을 옆에 두고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다만 트럼프는 이날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답할 땐 “난 그것(3선)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아직 (임기가) 4년 가까이 남아 지금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이 3선을 해달라고 요청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는 세 번째 임기 도전에 대해 농담조의 발언을 해왔다. 그는 지난해 5월 대선 과정에서 “FDR(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거의 16년을 했다. 4선이었다” 등의 말을 했다. 트럼프는 지난 1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집회에서도 “대통령직 수행은 내 생애 최대 영광이 될 것이다.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또는 세 번이나 네 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3선 실현 가능성은 현재로썬 크지 않아 보인다. FDR의 4선 이후 미 의회는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막기 위해 1951년 “누구도 미국 대통령에 2회를 초과하여 당선될 수 없다”는 내용의 수정헌법 22조를 통과시켰다.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가 3선 할 수 없는 이유다. 데릭 뮬러 노터데임대 교수는 AP통신에 “수정헌법 12항엔 ‘대통령직의 출마 자격이 헌법상 없는 사람은 부통령직에도 출마 자격이 없다’고 규정한다”고 말했다. ‘부통령 출마’ 편법으로도 트럼프 3선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남은 방법은 개헌이다. 하지만 개헌은 연방 의회의 3분의 2 혹은 50개 주(州) 중 3분의 2가 개헌 회의를 요청하고, 이후 4분의 3의 주가 비준해야 한다. 연방 상·하원에서 공화당은 간신히 과반을 점하고 있다. 주 의회에서도 50개 주 중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한 주는 60%가 안 된다.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개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트럼프의 발언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행동이란 분석이 나온다. 뮬러 교수는 “트럼프가 3선 이야기를 자주 올리는 건 힘을 과시해 자신이 레임덕 대통령으로 보이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1년 1월 6일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불복한 세력들이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해 불법 점거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