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이후 첫 민심 바로미터 4·2재·보선도 ‘尹 탄핵 찬반’ 대결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12·3 비상계엄 이후 첫 선거인 4·2 재·보궐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서울과 충청, 영남과 호남에 걸쳐 기초단체장을 뽑고 부산시교육감도 뽑는 만큼 계엄 이후 민심을 확인할 바로미터로 꼽힌다.

3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재·보선에선 교육감 1명(부산)과 기초단체장 5명(서울 구로, 충남 아산, 경북 김천, 경남 거제, 전남 담양), 광역의원 8명, 기초의원 9명 등 총 23명을 선출한다. 국회의원을 뽑지는 않지만 탄핵 정국에서 선거가 펼쳐지고 있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을 놓고 각 후보가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고 있다.

유권자가 287만여 명에 달하는 부산시교육감 재선거는 각 진영의 강경파가 지원 사격에 나서는 등 주요 격전지로 평가받고 있다.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진보 진영에서는 김석준 전 부산시교육감이, 단일화에 실패한 보수 진영에서는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최윤홍 전 부산시교육감 권한대행이 출사표를 던져 3파전을 벌인다.

4·2 부산시교육감 재선거 투표일을 앞두고 29일 부산 동구의 한 도로변에 내걸려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송봉근 기자

4·2 부산시교육감 재선거 투표일을 앞두고 29일 부산 동구의 한 도로변에 내걸려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송봉근 기자

 
보수 성향의 정 후보는 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를 거쳐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지난 20일 정 후보 선거운동 출정식엔 ‘반탄’(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 손현보씨가 참여했다. 반면 같은 보수 성향의 최 후보는 정치 현안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부산시교육감을 두 번 역임한 진보 진영의 김 후보는 지난 26일 강성 친야 성향의 김어준씨 유튜브에 출연해 “상대 후보가 세이브코리아(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개신교 단체)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비판하며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아산시장 재선거에서도 탄핵이 주요 이슈다. 오세현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20일 출정식에서 재선거를 “내란수괴 정권과 공범 국민의힘을 심판하는 선거”라고 규정하며 “헌법재판소가 빨리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전만권 국민의힘 후보는 같은 날 “절대 다수당의 폭정 속에 정부가 망쳐지고 있다. 아산 국회의원에 이어 시장까지 민주당이 되면 미래는 어떻게 되겠냐”고 맞받았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유일한 수도권인 구로구청장 보궐선거에는 귀책사유가 있는 국민의힘이 후보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자유통일당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서며 여권 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선거는 민주당 장인홍 후보, 조국혁신당 서상범 후보, 진보당 최재희 후보, 자유통일당 이강산 후보 등 4파전 구도다. 

담양군수 재선거는 민주당과 조국당 후보의 일대일 맞대결이 펼쳐진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가운데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호남 민심을 파악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통한다. 그런 만큼 날선 비방전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재종 민주당 후보는 지난 30일 벌금형 전과가 있는 조국혁신당 정철원 후보를 겨냥해 “민주당이라면 후보조차 될 수 없는 인물”이라고 했고, 정 후보는 이 후보의 재산 축소 신고 의혹을 제기했다.

4·2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8일 오전 전남 담양군 사전 투표소에서 담양군수 재선거 각 후보들이 투표를 마치고 인증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4·2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8일 오전 전남 담양군 사전 투표소에서 담양군수 재선거 각 후보들이 투표를 마치고 인증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김천시장 재선거는 민주당 황태성 후보와 국민의힘 배낙호 후보, 무소속 이선명 후보와 이창재 후보 등 4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거제시장 재선거는 민주당 변광용 후보와 국민의힘 박환기 후보가 사실상 맞대결을 펼친다.

후보 간 경쟁은 치열하지만 이번 재·보선은 영남권 산불 사태가 겹치며 사전 투표율이 7.94%에 그치는 등 투표율이 낮은 무관심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역대 최저 투표율 우려 속에 선관위는 각 기관과 단체에 근로자의 투표 시간 보장을 당부하는 등 투표율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선관위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주요 명분으로 내세웠던 부정선거 의혹을 차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4·10 총선에서 30년 만에 도입한 수검표를 동일하게 실시한다. 전자 개표 후 사람이 투표용지를 전부 확인하는 전수 검사 방식이다. 이외에도 사전투표 투표함 보관 장소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누구든 별도 신청 없이 지방 선관위 청사에 설치된 CCTV로 24시간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또 투표함을 관할 선관위로 이송하는 과정에 1500여명의 경찰이 입회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당시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내부 CCTV 장면. 사진 국회행정안전위원회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당시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내부 CCTV 장면. 사진 국회행정안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