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준홍 기자
지난해 매출 100대 기업 중 임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기업 숫자가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과 비교하면 6배 넘게 증가한 수치인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더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재계에 따르면 연결기준 매출 상위 100대 기업(비금융 상장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은 기업은 총 55개로 집계됐다. 이같은 ‘1억원 클럽’에 속하는 대기업은 최근 5년간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9개에 불과했으나 2020년 12개, 2021년 23개, 2022년 35개, 2023년 48개, 지난해 55개로 늘었다. 5년 새 6.1배 늘어난 것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현대글로비스(1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억1800만원), KT&G(1억700만원) 등 7개 기업이 새로 1억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한 직장인이 걸음을 옮기고 있다. 기사 본문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 없음. 뉴스1
매출 상위 10대 기업은 모두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었다. 삼성전자가 1억3000만원, 현대차가 1억2400만원, SK가 1억1600만원으로 나타났다. LG그룹은 지주회사인 ㈜LG 직원 연봉이 1억8700만원에 달했고 LG전자(1억600만원), LG에너지솔루션(1억1800만원), LG화학(1억300만원) 등 자회사 5곳이 억대 연봉 기업에 포함됐다.
업종별로는 에너지 기업의 연봉이 높았다. 에쓰오일(1억5400만원), SK이노베이션 (1억5800만원), E1(1억2000만원), SK가스(1억1900만원) 등 에너지 기업들의 평균 연봉은 이마트(5100만 원), 롯데쇼핑(5250만 원) 등 유통·식품 기업에 비해 약 3배에 달했다.
매출 상위 10대 기업의 전체 평균 근속연수는 12년 6개월로 나타났다. 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가장 긴 기업은 기아로, 21년 8개월을 기록했다. 반면 HD현대그룹의 지주사인 HD현대는 2년 8개월로 가장 짧았다. HD현대 관계자는 “계열사와 지주사(HD현대)를 오가는 경우가 있어 근속연수가 짧게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 9곳은 모두 평균 근속연수가 10년 이상인 걸로 나타났다.

차준홍 기자
대기업 억대 연봉자가 늘어난 만큼, 중소기업과의 임극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의 임금 상승 폭을 중소기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5년 1월 사업체노동력조사 및 2024년 10월 지역별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300인 미만 기업) 상용근로자 연 임금총액은 2020년 4052만원에서 지난해 4664만원으로 15.10%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300인 이상 기업)은 6402만원에서 7637만원으로 19.29% 증가했다.
양근원 한국경영자총협회 임금HR정책팀장은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의 연봉상승 폭이 가팔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되고 있다”며 “생산성 개선 없이 임금만 오른다면 기업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