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권 원내대표는 “(헌법재판관은) 통상 임기 만료 두 달 전에 정부에서 청문회 개최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는 것이 지금까지 관행이었다”며 “그런 관행에 비춰봤을 때 한 대행은 (헌법재판관) 8명으로 탄핵심판이 조만간 이뤄질 거라는 판단 하에서 4월 18일에 임기가 만료되는 두 명 후임에 대해 임명 요청을 하지 않은 거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이 정치적 이유로 또다시 한 대행에 대한 탄핵에 돌입한다면 어떻게 대처할지는 정부와 여당이 협의해 결론을 내겠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한 대행 ‘재탄핵’을 시도할 경우 두 재판관 후임 임명권을 반격 카드로 쓰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권 원내대표는 “(임기 만료시) 6명으로는 헌재를 운영할 수 없다. (후임자) 임명이 헌재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이미 최상목 대행이 (국회가 추천한) 3명 중 2명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했다. 대행이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단 컨센서스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조한창ㆍ정계선ㆍ마은혁) 가운데 2명을 재판관에 임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 더불어민주당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 대표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오전부터 전화 2번, 문자 1번을 보내 회동을 제안했는데 답이 없다”고 밝혔다. 회동 이유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마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됐다. 한 대변인은 “한 나라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런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제1야당 대표의 간절한 전화와 문자에 답이 없다는 게 상식적이냐”고 주장했다.
이에 국무총리 공보실은 이날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현재 한 대행은 임박한 관세 부과 등 통상전쟁 대응, 다수의 고령 어르신이 포함된 이재민 지원 대책 지휘를 국정 최우선에 놓고 있다”며 “야당 관계자의 면담 요청 등에 대해서는 국가 경제 및 민생과 직결되는 현안에 우선 대응한 뒤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회동 거부 의사를 표한 것이다.
민주당은 한 대행과 최 부총리에 대한 ‘쌍탄핵’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다음달 1~4일 매일 본회의를 여는 의사 일정이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 본회의가 이 일정대로 열릴 경우 본회의 개의 동시에 보고되고, 그로부터 24~72시간 내 표결해야 하는 탄핵소추안 처리도 가능하다. 최 부총리 탄핵안은 야당 주도로 이미 발의돼 있다.
여야는 이날 오전부터 날선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의 줄탄핵 주장 등에 대해 “정부 권능 마비를 넘어 사실상 정부를 전복시키겠다는 명백한 내란행위며, 이런 주장을 하는 것 자체로 내란 선동”이라며 “이들이 진짜 내란세력”이라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리를 예고한 헌법재판관 임기연장법을 들며 “나치의 판사들처럼 이재명 단 한 사람을 위한 사법 흥신소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독재이며 체제 전복”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헌법재판관 한 사람 한 사람의 결정에 따라 조속히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에 이 대표는 헌재를 향해 “유혈사태”까지 언급하며 인용 결론을 압박했다. 이 대표는 “제주 4ㆍ3 사건이나 광주 5ㆍ18 상황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다시 윤석열이 복귀하는 것은 곧 제2의 계엄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수도 서울을 포함한 전역이 군사계엄에 노출되고 국민들이 저항할 때 생겨나는 그 엄청난 유혈사태를 대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