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 상호관세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급격히 상승한 관세는 대미 수출의 하강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리더십 부재 속에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두 차례 미국을 방문하며 꾸준히 설득 작업을 해왔다. 한때 “한국에 우호적인 고려를 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관세 부과 명단에서 빠지거나, 세율을 낮추려는 노력은 수포가 됐다. ‘통상 외교의 실패’란 냉정한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수출은 4년 연속 이어지는 내수 부진 속 성장의 버팀목이었다. 수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큰 폭으로 둔화하면 사실상 엔진을 떼고 달려야 한다. 올해 1분기 이미 한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 안 장관은 “관세 부과가 대미 수출 주요 품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업종별 피해 최소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무역확장법에 따라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이 중복관세를 피한 건 그나마 다행이다. 반도체도 상호관세 적용 대상에서 빠지며 한숨을 돌렸다. 곧장 미국을 향하는 수출만이 전부가 아니다. 신원규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한국과의 교역 비중이 큰 중국(34%)∙베트남(46%)∙인도(26%) 등이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는 것도 문제”라고 짚었다. 중간재 수출 부진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예상대로 3일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0.76% 하락해 2500선이 깨졌다.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는 한때 4.5% 급락했다. 유로∙엔 등 주요 여섯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한 달러인덱스는 3일 오전 102.56까지 하락했다. 연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달러 가치 하락은 상호관세 부과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다.
관세전쟁의 충격은 다양한 경로로 한국 경제의 약한 부분을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 원화 약세든 강세든 환율 변동 폭이 커지면 기업엔 부담이다. 물가도 불안하다. 낮은 유가 덕에 버티고 있지만, 가처분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물가까지 뛰면 내수 둔화의 골은 더 깊어진다. 수출·내수 동반 위축은 고용 불안을 야기한다. 실업자가 늘고, 취업이 어려워지는 단계에 접어들면 침체는 피할 길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 현황이 표시돼 있다. 뉴스1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대응 능력이 중요하다. 일단 정부는 대미 무역흑자 축소 노력, 한미 FTA 체결 취지 등을 강조하며 설득에 나설 전망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중국을 대체할 공급망 파트너로서의 위상, 향후 대미 투자 계획 등도 앞세울 수 있는 무기”라고 말했다.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한·미 FTA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
초대형 악재에 경제는 멍드는데 길 잃은 정치가 또 한 번 발목을 잡는다. 2004년엔 탄핵 반대, 2017년엔 탄핵 찬성이 압도적 여론이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불안도 빠르게 수습됐다. 지금은 아니다. 헌재조차 불신한다는 여론이 40%를 넘는다. 불안은 경제의 최대 적이다.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통상 당국은 미국 설득에, 재정∙통화 당국은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일 시점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를 열고 “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가용한 모든 시장안정조치를 즉각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