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신용 쏠림이 성장 발목”…금융당국 수장들 첫 '공개 토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은행-한국금융연구원 공동 정책 컨퍼런스'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은행-한국금융연구원 공동 정책 컨퍼런스'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경제ㆍ금융 수장 3인(F3)이 ‘대출의 부동산 쏠림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저출생ㆍ고령화로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추세인 가운데 집값이 크게 하락하면 실물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면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부동산보다는 AI 혁신기업ㆍ제조업 등으로 돈이 흘러야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3일 한국은행은 한국금융연구원과 공동으로 ‘부동산 신용집중 현황과 문제점, 개선방안’을 주제로 한 정책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가장 주목을 받은 건 F3 멤버가 참석한 마지막 ‘특별 대담’ 코너였다. 거시경제ㆍ금융 현안 간담회(F4)의 멤버이기도 한 이들이 공개석상에서 특정 주제를 놓고 대담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금리 인하기에 가계부채 고삐가 느슨해질 때마다 무리하게 돈을 빌려 부동산에 투자하고,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총재는 “미국 상호관세라든지 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해 금융과 경기 상황이 예상보다 나빠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경기를 부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경기를 부양하더라도 지난 3년간 이뤄온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축소 성과가 너무 악화되지 않도록 다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자기 돈 30%만 있어도 70% 대출을 받아 분양가 상한제인 지역에 투자했다가 소위 '로또 분양'을 받는 것만큼 좋은 투자가 어딨냐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이런 게 국민 모두를 투기 세력으로 몰아넣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컨퍼런스에 참석한 4대 금융지주(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 회장과 은행장들에게 “당분간은 부동산보단 다른 산업에, 고소득자보단 저소득자에 대출을 해주는 식으로 (한은과 당국을) 도와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공공부문의 주택 공급 비율이 낮아 민간부문이 그 역할을 해왔고, 금융도 여기에 어느 정도 기여해야 했다”면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만 보더라도 경기가 좋으면 괜찮지만, 안 좋을 땐 완전히 죽는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금융사가 부동산 대출을 할 때 사업성 평가를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 원장도 “지나친 일반화이긴 하지만, 원래 다양한 목적으로 출발한 금융회사들이 부동산 대출이라는 하나의 파이를 좀 다른 형식으로 뜯어먹는 형태의 영업을 해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이제는 성장률이 낮아진 만큼, 대출의 부동산 쏠림 완화는 금융사에도 위험관리 차원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당국도 부동산 쏠림을 막기 위해 위험가중자산(RWA) 운용 기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를 어떤 형태로 가져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업권과 소통해 방향성을 잡아갈 테니 많은 의견을 달라”고 했다.  


집값 대책의 하나로는 ‘지분형 주택담보대출’이 거론됐다. 쉽게 말해 내가 정부(주택금융공사 등)와 지분을 나눠 주택을 매입하는 대신 금리를 낮게 책정하고, 집값이 오르면 그 수익도 나누는 방식이다. 가계의 대출 부담이 줄기 때문에 경기 하강 국면이더라도 소비가 덜 위축될 수 있다. 한국은행도 이와 유사한 ‘한국형 뉴 리츠’ 도입을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