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관세 10%' 5일 발효…트럼프 "경제 혁명, 굳세게 버텨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취재진을 향해 오른손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취재진을 향해 오른손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10% 기본 관세’가 5일 0시 1분(현지시간, 한국시간 5일 오후 1시 1분)부터 발효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공언한 ‘관세 폭격’의 1단계 조치다.

이로써 미국으로 수입되는 대부분의 상품에 10%의 관세가 매겨지게 됐다. 한국산 수입품에도 10%의 관세가 기본 부과된다. 캐나다ㆍ멕시코 등 극히 일부 국가만 이번 기본 관세 대상에서 빠지는 사실상 보편 관세 방식이다. 이미 25%의 품목별 관세가 부과된 철강ㆍ알루미늄과 자동차, 그리고 곧 품목별 관세 부과가 예정된 반도체ㆍ목재ㆍ구리ㆍ의약품 등은 중복 적용 예외 대상이다.

본격적인 ‘관세 공습’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악의 침해국’으로 규정한 57개국에 대한 국가별 상호 관세가 적용되는 9일 0시 1분부터다. 한국산 제품에는 9일부터 기본 관세 10% 대신 상호 관세 25%가 부과된다. 중국 34%,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유럽연합(EU) 20% 등에도 국가별 상호 관세율이 적용된다.

이번 상호 관세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 3일 ‘미국산 자동차 25% 관세 부과’를 선언한 데 이어 중국이 4일 “10일부터 미국산 수입 제품에 대해 3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는 보복 조치를 내놓는 등 ‘트럼프발 관세전쟁’은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ㆍ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기록적 낙폭으로 한 주를 마감하고 안전 자산인 금마저 4일 3% 가까이 폭락하는 등 ‘R(경기 침체)의 공포’가 전 세계를 덮치는 형국이다.

박경민 기자미국의 국가·품목 관세 부과 현황 그래픽 이미지.

박경민 기자미국의 국가·품목 관세 부과 현황 그래픽 이미지.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강행 의지를 거듭 확인하며 관세전쟁을 독려했다. 그는 5일 소셜미디어 글에서 맞불 관세를 발표한 중국을 겨냥해 “중국은 미국보다 훨씬 큰 타격을 입었다”며 “중국과 다른 많은 국가들은 미국을 나쁘게 대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멍청하고 무기력한 채찍질 대상이었지만 더는 아니다”며 “이것(관세)은 경제 혁명이며 우리는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굳세게 버텨라. 쉽지 않겠지만 최종 결과는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미 전역서 반트럼프 집회…60만 추산

하지만 5일 미 전역에서 트럼프 반대 집회가 광범위하게 열리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수도 워싱턴 DC를 비롯한 미 곳곳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건 관세 정책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하는 연방 정부 대규모 구조조정 등에 반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손을 떼라(Hands off)’는 이름의 반(反)트럼프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진보 단체 연합이 주도한 워싱턴 기념탑 앞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5만 명이 시위에 참석해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손을 떼라”는 구호를 외쳤다. 뉴욕 허드슨 밸리에서 왔다는 축산 농부 잭 퍼렌즈(28)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머스크가 ‘나치식 경례’를 하고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이민자 출신 부모님을 두려움으로 몰고 가는 것을 보고 행동에 나서게 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집회 주최 단체 중 하나인 ‘무브 온’의 브릿 자코비치 대변인은 “사람들은 트럼프가 낙태권과 시민권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 보장, 공공 의료보험, 저소득층 의료 보조, 연방 정부 구조조정, 퇴직연금, 더 폭넓은 미국 경제 등에서 손을 떼기를 원한다”고 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워싱턴 기념탑 주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워싱턴 기념탑 주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WP는 집회 주최 측을 인용해 이날 미국 50개 주에서 1300여 개의 반트럼프 집회가 잡혀 있다고 보도했다. 총 60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1월 20일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반트럼프 시위다.

오바마 “트럼프 관세, 美에 도움 안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야당의 공격 수위도 한층 높아졌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4일 해밀턴대 강연에서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에 대해 “미국에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고, 민주주의 침해 논란과 관련해선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학생들이 속한 대학을 위협하거나 자기들이 싫어하는 상대를 변호하는 로펌에 거래를 끊겠다고 협박하는 행태는 미국 시민이 공유하는 기본적인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배한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지난 몇 달간 미국에서 매일 발생하는 일들은 커다란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한 사람이 두려움을 느끼면 주변에 그 감정이 퍼져나가지만 용기도 전염된다”며 사람들에게 ‘저항’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해리스 전 부통령의 부군 더그엠호프가 일하는 대형 로펌 ‘윌키 파 앤드 갤러거’와 1억 달러(약 1460억원) 규모의 무료 법률 자문 계약을 체결했는데, 행정명령을 통한 제재 가능성 등을 압박해 얻어낸 결과물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