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총리실
'관세 탈출' 러쉬 시작됐는데…
트럼프의 '보편 관세' 부과로 캐나다, 멕시코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가 피해를 입자 경쟁국들은 '트럼프 달래기'에 앞다퉈 나섰다. 46%의 고율 관세를 부과받은 베트남은 '대미 관세율이 90%에 달한다'는 트럼프의 지적에 이를 0%까지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정책 연속성을 담보할 수 없는 한국의 대행체제에선 이런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각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발표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악재 막는 게 최선의 방책"
국방부 차관을 지낸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트럼프가 던진 관세 폭탄을 되돌릴 만큼의 새로운 합의를 끌어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트럼프는 관세뿐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돌발적으로 요구하거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이슈를 직접 꺼내 들 가능성도 있다"며 "심지어 북한과의 대화를 레토릭 수준을 넘어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도 있는 만큼 이러한 추가 불확실 요인들을 관리하면서 새로운 악재 발생을 막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난 3일 오후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 뉴스1
정상 공백 속 '韓 역할' 조정 가능성
주한미군의 핵심 미사일 방어 체계인 패트리엇 일부를 중동으로 일시적으로 이동하기로 한 최근 결정을 전력 재배치와 연결시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동맹이 정교한 조각처럼 움직인다는 모자이크전(mosaic warfare) 개념 아래 미국이 한국에 보다 호환성 있는 역할을 강조할 수도 있다"며 "한국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와 주고받기식 협상을 벌일 준비를 하고 더 나아가 이를 자체적인 국방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의 전략적 역할을 재조정할 수 있는 민감한 시기인 만큼, 대선 국면에서 외교·안보 사안과 관련해 국내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경솔한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요국이 대선 주자의 언행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교사도 있다. 2017년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사드(THAAD) 배치를 국회에서 따져봐야 한다"고 발언하자, 이를 사실상 배치 재검토로 받아들인 트럼프가 "분노하고 격노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허버트 R.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난해 8월 회고록)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김정은 동지께서 4월 4일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들의 훈련기지를 방문하시고 종합훈련을 지도했다"라고 보도했다. 노동신문=뉴스1
'돌발 변수' 김정은에 대비도
당장 5월 9일 이른바 러시아의 전승절(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 기념식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서는 그림을 최초로 연출하며 북·중·러 구도를 과시하고 트럼프와 향후 재협상을 노릴 수 있는 셈이다.
"김정은과 소통하고 있고 어느 시점에 뭔가 할 것"이라며 북·미 대화 재개 분위기를 거듭 띄우는 트럼프가 돌발적으로 실질적 대북 조치에 나설 수도 있다. 한국이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도 미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