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70~80년대 경제발전 기수 ‘섬유’ 의료·우주서도 활약하는 미래산업으로

20세기 패션의 역사 한눈에 보고
첨단기술 입은 섬유산업의 미래 엿보고

우리는 매일 날씨에 따라, 기분에 따라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합니다. 생활필수품이지만, 그 옷을 만드는 섬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데요. 섬유산업은 세계적으로 가내수공업적 전통산업에서 현대 산업사회로의 발전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제성장기에 섬유산업이 중심 역할을 했고, 1970년대 국가 전체 수출의 40%를 넘어설 정도로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죠. 1990년대 들어 점차 축소되긴 했지만 꾸준히 계속 발전하고 있어요. 섬유 소재의 발전으로 과학·의료 등에도 적용되는 미래산업이기도 하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섬유와 패션을 아우르는 대구섬유박물관을 방문해 패션·산업·신소재 등 섬유의 역사와 미래 가치에 대해 알아봤어요.

섬유의 역사와 미래 가치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대구섬유박물관을 방문한 황지인·김로아 학생모델과 이준호(왼쪽부터) 학생기자가 한국 패션계에 업적을 남긴 고(故) 박동준 디자이너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섬유의 역사와 미래 가치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대구섬유박물관을 방문한 황지인·김로아 학생모델과 이준호(왼쪽부터) 학생기자가 한국 패션계에 업적을 남긴 고(故) 박동준 디자이너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섬유산업은 1973년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47.3%의 비중을 차지하면서 단일 품목으로 수출 10억 달러를 달성했고, 1987년 단일 산업 최초로 100억 달러 수출을 달성하며 국가 경제 발전의 주역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수십 년 동안 경제를 이끌던 섬유산업은 1990년대 들어 점차 쇠약해졌는데요.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새로운 도전에 힘쓴 결과 미래산업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이 모든 것을 한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대구섬유박물관입니다.

대구는 우리나라 섬유산업을 대표하는 섬유도시예요. 큰 섬유 시장인 서문시장은 물론, 최대의 섬유 공단도 자리 잡고 있는 등 섬유 제직·염색·가공·봉제 및 유통·무역 등 섬유산업이 총집결한 도시는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죠. 이러한 배경으로 대구에 섬유박물관이 설립된 거예요. 대구 동구에 위치한 대구섬유박물관은 섬유와 패션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박물관으로, 전통 섬유에서 첨단 신소재까지 섬유산업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죠.


대구섬유박물관에 가다
소중 학생기자단을 맞이한 문재은 학예사가 “섬유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뭐예요?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이죠”라며 먼저 2층의 패션관으로 안내했습니다. 황지인 학생모델이 “대구섬유박물관만의 특징이라고 꼽을 수 있는 게 있나요”라고 질문했어요. “섬유특화박물관이에요. 특히 패션관은 1900년 이후 근현대 복식의 역사를 소개하며 우리나라 패션의 역사도 볼 수 있게 꾸몄죠. 현대 복식을 하나의 전시실로 꾸려서 전시하는 곳이 잘 없어요.”  

이준호 학생기자·김로아·황지인 학생모델(왼쪽부터)가 대구섬유박물관을 찾아 전통 섬유에서 첨단 신소재까지 섬유산업의 변천사를 한눈에 살펴봤다.

이준호 학생기자·김로아·황지인 학생모델(왼쪽부터)가 대구섬유박물관을 찾아 전통 섬유에서 첨단 신소재까지 섬유산업의 변천사를 한눈에 살펴봤다.

 
옷은 한 시대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시각적인 상징으로 오랫동안 사회의 발전과 함께 끊임없이 변화했습니다. 사회·정치·과학 분야의 급격한 변화가 나타났던 20세기는 복식 문화에서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변화와 발전을 이룬 시기였죠. 우리나라가 양장이라는 새로운 서양식 복식 문화를 받아들인 것은 19세기 말이에요. 가장 먼저 바뀐 것은 군복과 관복이었죠. 이후 갓과 짚신 대신 모자와 구두를 신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양장은 점차 우리 사회에 정착하게 됐습니다. “한복을 대체해 현대 복식을 입게 되었는데, 전시관에는 1990년대까지 의복의 변화 모습이 전시되어 있어요.” 


남자가 주간에 입는 서양식 예복으로 앞단이 비스듬하고 뒤가 길어지는 것이 특징인 모닝코트.

남자가 주간에 입는 서양식 예복으로 앞단이 비스듬하고 뒤가 길어지는 것이 특징인 모닝코트.

 
1900~1910년대 서양의 패션은 전 세기에 비해 단순화되었고, 특히 제1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스타일로 변화했죠. 우리나라에선 1894년 갑오개혁으로 서양의 근대적 제도와 문화가 국내로 유입되었는데요. 고종은 단발령을 내리고 관복으로 양복을 입도록 하는 등 서양 복식의 수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했습니다. 또한 솔선수범하여 서양식 대례복을 입고 실크 모자를 쓰기도 했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남자가 주간에 입는 서양 예복 중 하나로 1918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모닝코트를 살펴봤어요. 모닝코트는 남자가 주간에 입는 서양식 예복으로 검은색에 앞단이 비스듬하고 뒤가 길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왕실과 개화파 및 선교사를 중심으로 서양 복식을 착용했으며, 주로 미국에서 유행한 깁슨 걸 스타일(Gibson Girl Style)의 블라우스와 롱스커트를 입었죠. 여학생들은 한복과 양장을 혼용하여 저고리 길이는 늘이고 치마 길이는 줄인 개량한복과 구두를 착용했죠. 

1920~30년대 젊은이들은 전쟁 이후의 공허함과 우울증에서 벗어나고자 빠른 리듬의 재즈를 즐기고 스포츠에 열광했으며, 이에 발맞추어 밝고 가벼운 스타일과 여성성이 강조되지 않은 보이시 스타일(Boyish Style)이 유행했죠. 짧은 치마와 짧은 머리를 한 자유분방한 신여성을 일컫는 말로 미국에서는 말괄량이 같다는 뜻의 플래퍼 스타일(Flapper Style)이라고도 불렸어요. 1940년대 서양 패션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로 여성의 바지 착용이 확대됐고, 1933년 프랑스의 브랜드 스키아파렐리에 의해 선보인 밀리터리 룩(Military Look)은 1939년 전쟁과 더불어 본격적으로 유행했죠. 

문재은(오른쪽) 학예사가 자유롭게 표현하기 시작한 근·현대 여성의 치마에는 어떤 얘기가 담겨있는지 설명했다.

문재은(오른쪽) 학예사가 자유롭게 표현하기 시작한 근·현대 여성의 치마에는 어떤 얘기가 담겨있는지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옷은 사람들을 통제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는데요. 일제강점기 일본은 흰옷 착용을 금지하고, 학생들에게 일본 제복 형태의 교복을 입게 했죠. 1940년대 전시체제에 돌입하자 전쟁 중 물자 부족으로 인해 최소한의 옷감을 사용한 간소한 복장을 보편화하며 남자에게는 ‘국민복’을, 여자에게는 ‘몸빼’라는 노동용 바지를 입도록 했어요. 6·25전쟁과 1960년대 정부 차원의 ‘간소복 입기 운동’도 한복을 생활복에서 점차 밀려나게 했습니다. 

크리스챤 디올의 화려한 비즈 드레스.

크리스챤 디올의 화려한 비즈 드레스.

 
1950년대는 현대복식 정착기인데요. 1945년 종전 후, 서양의 여성 패션은 전쟁 중의 기능적·실용적인 측면에서 벗어나 여성성을 강조한 성숙하고 우아한 스타일로 변모했어요. 1947년 크리스챤 디올의 뉴 룩(New Look)을 시작으로 H·A·Y 등 알파벳을 묘사한 다양한 실루엣의 의상들이 유행했죠. 1951년 미국 내 컬러 TV 방영과 영화산업 발전에 따른 대중문화의 확산은 패션 트렌드의 전파 속도를 더욱 빠르게 변화시켰습니다. “여기 크리스챤 디올의 비즈 드레스를 볼 수 있죠. 드레스 전체를 다양한 구슬로 장식한 게 특징이에요. 이렇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스타일의 의상들이 많이 만들어지던 시대입니다.” 

여러 섬유기업의 활약상을 전시해 놓은 공간에서 각자 포즈를 취한 이준호 학생기자와 김로아·황지인 학생모델(왼쪽부터).

여러 섬유기업의 활약상을 전시해 놓은 공간에서 각자 포즈를 취한 이준호 학생기자와 김로아·황지인 학생모델(왼쪽부터).

 
1960년대에는 유인 우주선의 달 착륙으로 우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우주복에서 영감을 받은 스페이스 룩(Space Look)이 등장했어요. 자유분방한 사회적 분위기를 따라 남녀가 함께 입을 수 있는 유니섹스 의상과 최소 무릎 위 10cm까지 올라간 미니스커트가 영패션의 상징으로 떠올랐죠. 이 시기의 주요 예술 사조는 옵아트·팝아트로 패션에는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무늬나 강렬한 색의 배합 등으로 나타났어요. “예전엔 짧은 치마를 입고 나가는 걸 부끄럽고, 어른들에게 질타를 받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옷을 입을 때도 내면을 당당하게 표출할 수 있는 생각이 생기게 되었어요. 사람들은 의상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이나 정체성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그런 게 의상에 변화된 모습으로 보이게 되었죠.” 우리나라에서도 1960년대 후반 젊은이들은 미니스커트·청바지와 같은 파격적인 옷을 입어 통제에 맞섰죠. 이는 복식 문화에 새로운 활기를 가져와 1970년대 ‘청년문화’를 대표하여 청바지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어요. 

1980년대 어깨를 강조하고 모래시계를 닮은 아워글라스 수트.

1980년대 어깨를 강조하고 모래시계를 닮은 아워글라스 수트.

 
1970년대는 대중문화의 확산으로 영화와 팝뮤직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특히 1977년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는 디스코 열풍을 일으키며 남성복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죠. 라펠이 넓은 재킷과 통이 넓은 플레어 바지, 그리고 허리선이 올라간 베스트로 구성된 스리피(Three-Piece) 슈트가 크게 유행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통이 넓거나 밑단이 넓어지는 바지와 청바지 등이 젊은 세대에서 유행했죠. 1980년대는 현대복식 성숙기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의 토속적인 문화와 민속 복식에서 영감을 받은 에스닉 스타일(Ethnic Style)과 여성의 권위와 지위 상승에 대한 상징으로 어깨를 강조한 빅 룩(Big Look) 등 다양한 스타일이 유행했어요. 이 시기부터는 우리나라의 패션도 독자적으로 발전하여 해외 컬렉션에 진출하는 등 한국 패션의 정체성을 갖추게 됐죠. 섬유산업이 발달하고 기성복 시장이 확대되면서 옷의 소재·디자인도 다양해지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며 남성복을 본뜬 여성용 정장이 인기를 얻기도 했어요.

1990년대에 유행한 배꼽을 드러낸 크롭탑과 허리선이 골반에 걸지며 밑위가 길고 통이 넓은 배기바지.

1990년대에 유행한 배꼽을 드러낸 크롭탑과 허리선이 골반에 걸지며 밑위가 길고 통이 넓은 배기바지.

 
다양한 패션 스타일이 공존한 1990년대엔 20세기에 유행했던 거의 모든 스타일이 재유행했고,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에콜로지 패션(Ecology Fashion)이 등장합니다. 이 시기 우리나라는 사회가 안정되고 국민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옷은 개성과 자유를 표현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됐어요. 젊은 세대에는 힙합 패션이 가장 유행했는데, 허리선이 골반에 걸쳐지고 밑위가 긴 바지에 길게 늘어뜨린 티셔츠를 입고 실제 발 크기보다 큰 신발을 신는 것이 특징이었죠. 또 사회 변화에 따라 여성의 지위 향상과 새로운 계층으로 확대되는 현상이 나타나며 이전 시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게 변화한 치마를 살펴보는 공간도 마련됐어요. 폐쇄적이고 감춰야만 했던 시대에서 자유롭게 표현하고 드러내기 시작한 근·현대 여성의 치마에는 어떠한 이야기가 담겨있는지 여학생과 통치마, 모던걸과 플레퍼드레스 등을 통해 볼 수 있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실감 콘텐트 미디어아트 체험을 하며 문양을 이용한 텍스타일 디자인 개념을 느끼고 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실감 콘텐트 미디어아트 체험을 하며 문양을 이용한 텍스타일 디자인 개념을 느끼고 있다.

 
시대별 패션의 변천사를 살펴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실감 콘텐트 패션정원 공간으로 들어갔어요. 옷의 표면을 장식하는 패턴인 문양이 가득 펼쳐져 있고, 그 문양을 밟으면 문양을 이용한 텍스타일 디자인이 스크린 가득 퍼졌습니다. 미디어아트 체험을 하며 텍스타일 디자인 개념을 느낄 수 있었죠. 대구 출신의 김선자·박동준 디자이너가 주로 사용했던 문양과 패턴을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체험 감상물도 볼 수 있었어요. 이 밖에도 소중 학생기자단은 각자 입어보고 싶은 의상을 선택해서 사진을 찍고, 김선자·박동준 디자이너의 의상 작품 앞에서 멋진 포즈를 취하며 패션관을 다양하게 즐겼죠. “우리는 100년이라고 하는 짧은 시간 동안 한복에서 현대 복식이라는 큰 문화의 변화를 맞이해요. 사람들의 생각 변화, 사회 분위기의 변화가 다 맞물리며 전통 복식에서 현대 복식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죠. 그래서 지금 이렇게 멋진 옷을 입고 다양한 활동과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섬유의 역사와 미래 가치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대구섬유박물관을 방문한 황지인·김로아 학생모델과 이준호(왼쪽부터) 학생기자가 한국 패션계에 업적을 남긴 고(故) 박동준 디자이너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섬유의 역사와 미래 가치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대구섬유박물관을 방문한 황지인·김로아 학생모델과 이준호(왼쪽부터) 학생기자가 한국 패션계에 업적을 남긴 고(故) 박동준 디자이너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섬유산업의 역사와 미래
3층에 가니 앤틱 재봉틀로 꾸민 아트월이 눈에 띄었죠. 꽃무늬 재봉틀부터 휴대용 재봉틀까지 19세기 말부터 20세기까지 생산된 재봉틀 90점을 볼 수 있어요. 이어지는 산업관에선 섬유의 역사와 소재 그리고 기계의 발전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예로부터 물레와 베틀을 이용해 삼베·모시·무명·견 등의 천연섬유를 가공·생산해 왔는데, 주로 여성들의 가내수공업 형태였죠. 근대적인 공장제 섬유산업은 1910년대부터 시작됐습니다. 면방직업과 누에고치에서 뽑아내는 실인 생사 및 견방직업을 중심으로 일본의 자본과 일부 민족 자본에 의해 도입된 근대 섬유산업은 수공업 형태의 전통적 섬유 생산과 병존·대체되면서 발전했죠. 목화의 솜으로 실을 만들어 천을 짠 면직물, 삼·모시풀로 만든 마직물 등 자연에서 추출된 원재료들이 전시됐죠. “대구를 중심으로 한 경북 지역은 자연에서 추출할 수 있는 섬유 재료들을 키우기에 좋은 환경입니다. 때문에 일제강점기에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섬유산업이 발전하게 됐죠.”

꽃무늬 재봉틀부터 휴대용 재봉틀까지 19세기 말부터 20세기까지 생산된 재봉틀 90점이 전시된 아트월.

꽃무늬 재봉틀부터 휴대용 재봉틀까지 19세기 말부터 20세기까지 생산된 재봉틀 90점이 전시된 아트월.

 
광복 전 이미 근대 공업으로서의 기반을 다진 섬유산업은 광복 직후 6·25전쟁으로 인한 피해와 생산 축소에도 불구하고, 피해 시설 복구와 시설 확충으로 천연 섬유제품의 완전한 자급이 가능하게 되었어요. 1950년대에 우리나라 섬유산업이 빠르게 기반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적은 자본과 낮은 기술 수준으로도 손쉽게 확장을 도모할 수 있는 섬유산업의 특징과 더불어 당시 원조자금에 의한 시설 및 원자재의 원활한 공급,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 공급이 가능했기 때문이었죠.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생산한 합성섬유는 나일론입니다. 1963년 한국나이롱(주)가 나일론사 생산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으로 합성섬유의 시대가 시작, 기존의 면·견 등 천연섬유 대신 나일론·아크릴 등 합성섬유 소재 의류 수출이 급속히 늘었죠. 1960년대 중반 이후 합성섬유의 원자재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국산 섬유제품의 수출 경쟁력은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1960년대 정부의 섬유산업 육성정책과 경제개발계획에 힘입어 국내 합성섬유산업은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하며 경제성장의 핵심 산업으로 떠올랐습니다. “1950년대에 대구에서 나일론을 처음으로 직접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합성섬유산업이 굉장히 발달하게 됩니다. 6·25전쟁이 끝나고 산업이 발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분야가 바로 섬유죠. 1980년대 우리나라가 수출 100억 불을 가장 먼저 달성한 분야도 바로 섬유산업이고, 그 중심이 바로 대구 지역이에요.” 1960~70년대에는 합성섬유로 인한 의복의 변화로 우리 삶이 더욱 풍족해지게 되었습니다. 거미줄보다 가늘고 철선보다 강하여 ‘기적의 섬유’로 일컬어진 나일론의 보급은 천연섬유에 의존해 양적으로 부족했던 의복 문제를 해결해줬죠. 사람들이 가볍고 세탁이 편리한 나일론 소재를 선호하면서 특히 질기고 튼튼한 나일론 양말이 선풍적인 인기였죠. 나일론은 양말·스타킹 외에 한복 옷감에도 사용됐어요. 나일론에 이어 도입된 아크릴 섬유는 보온성이 우수하여 두툼한 겨울 내의로 만들어졌죠. 내복은 겨울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며 빨간 내복 열풍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대구 서문시장은 1960년대 주단·포목 등 섬유 관련 제품을 사고파는 전국 제일의 원단 시장으로 발전했다.

대구 서문시장은 1960년대 주단·포목 등 섬유 관련 제품을 사고파는 전국 제일의 원단 시장으로 발전했다.

 
대구 서문시장 포목점을 재현한 공간도 인상적입니다. 조선 중기에 형성돼 오랜 역사를 가진 대구 서문시장은 당시 평양장·강경장과 함께 전국 3대 장터 중 하나였죠. 1950년대 후반에는 대구 15개 시장 전체 거래량의 40%를 차지하며 경상도를 비롯해 충청도·전라도 상권을 쥐락펴락한 삼남 제일의 큰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1960년대 주단·포목 등 섬유 관련 제품을 사고파는 전국 제일의 원단 시장으로 발전했는데요. 1970년대 이후 대구 섬유산업이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경부고속도로의 개통 및 서울 집중화 현상에 따라 서문시장을 중심으로 한 상업 기능은 약화됐죠.  

섬유산업은 1970년대 중반까지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으나 1980년대 들어 선진국의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섬유류 수입 규제 강화, 저렴한 노동력을 내세운 개발도상국에 의한 추격, 국내 인력난 및 인건비 상승 등으로 국제 경쟁력이 크게 약화합니다. 1990년대에는 제조원가 절감을 위해 저가의 대량생산 품목은 인건비가 싼 해외에서 생산·수입하고 국내에서는 고급 패션의류 생산 중심의 내수산업화와 함께 직물류 수출 비중을 높이는 등 선진국형 수출구조로 전환됐어요. 그러나 1995년 WTO 출범과 2005년까지 네 단계에 걸친 섬유쿼터제도 폐지 등 수출 환경의 변화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로 한국의 세계 섬유시장 점유율은 지속해서 하락했죠. 한편 1990년 이후 급속히 약화된 지역 산업의 부흥을 위해 정부는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첨단 고부가가치형 섬유산업으로 구조를 개편하여 직물 부문의 경쟁력을 높였죠. 이후 국내 섬유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지속하기 위해 탄소섬유·나노섬유 등의 신섬유 개발 등 고부가가치 첨단 섬유산업으로의 전환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물레(사진)와 베틀 등 누에에서 명주실을 생산하는 양잠에 필요한 전통적 섬유 도구들도 만날 수 있다.

물레(사진)와 베틀 등 누에에서 명주실을 생산하는 양잠에 필요한 전통적 섬유 도구들도 만날 수 있다.

 
섬유산업의 역사를 둘러본 소중 학생기자단은 큐브룸에 들어갔어요.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섬유산업에 대한 연표를 살펴볼 수 있는데, 시대별 큐브를 멀티미디어에 올리면 좀 더 재밌고 쉽게 역사 얘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섬유란 길고 가늘며 유연하게 굽힐 수 있는 고분자 물질로 천연섬유와 인조섬유로 구별될 수 있는데요. 천연섬유는 식물성·동물성 섬유로 구분되며 인조섬유는 재생섬유·합성섬유로 구분되는데, 이런 다양한 섬유의 종류를 직접 보고 체험하는 공간도 있었죠. 멀티미디어 옆에 있는 홈에 해당 섬유의 카드를 넣으면 섬유의 확대된 단면 모습이 나옵니다. 김로아 학생모델이 “천연섬유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라고 궁금해했죠. “자연에서 얻은 섬유라 쾌적성이 뛰어나며 환경친화적인데 생산량이 한정적이죠. 많이 만들고 싶다고 해서 많이 채취할 수 없어요. 재배·사육·기후 환경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기 힘들죠.”

직물을 짜는 역직기, 원료 물질을 섬유 형태로 바꾸는 방사기 등 현대적 섬유 기계들이 쫙 진열돼 시선을 끈다.

직물을 짜는 역직기, 원료 물질을 섬유 형태로 바꾸는 방사기 등 현대적 섬유 기계들이 쫙 진열돼 시선을 끈다.

 
실의 제조 원리, 직물을 짜는 제직의 원리, 천연염료·합성염료 등을 살펴보며 이동하면 섬유기계들도 만날 수 있죠. 베틀부터 물레, 실감기틀 등 양잠에 필요한 전통적 섬유 도구들부터 천을 만드는 기계, 가공을 위한 기계 등 현대적 도구가 쫙 진열돼 시선을 끕니다. “베틀을 통해 사람의 손과 발을 이용해서 직물을 짜던 것에서 이제 전기의 힘으로 기계가 직접 실과 원단을 만들고 옷의 무늬를 새길 수 있는 공장의 모습을 보여줘요. 섬유산업도 사람이 손으로 옷을 직물을 짜던 것에서 전기의 힘을 빌린 기계를 통해 대량생산해 팔기 시작하면서 산업이 발전할 수 있게 되었죠.” 대표적인 섬유기업 여섯 군데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들은 과거뿐 아니라 지금도 계속 기술 혁신을 통해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알릴 수 있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어요.  

4층 미래관에서는 섬유와 함께 우리의 미래를 미리 만나볼 수 있습니다. 박물관에서 하늘을 쳐다보면 반짝반짝 빛나는 투명한 오브제가 보이는데요. 비처럼 쏟아지는 하얀 실 끝에 스커트와 재킷, 모자가 빛나고 있었죠. 이준호 학생기자가 “저것도 섬유로 만든 건가요”라고 질문했어요. “‘고요속의 움직임’이라는 이 작품은 광섬유를 이용해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 패션이 완성되는 과정을 표현했죠. 광섬유는 옷의 소재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섬유의 한 종류예요. 섬유는 우리가 입는 옷을 만드는 재료가 되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는 재료가 되기도 하죠. 인공신장처럼 우리 신체의 장기를 대체할 수 있는 물건도 섬유로 만들어지거든요. 섬유는 실과 원단을 넘어서 일상 속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습니다.”  

광섬유를 이용해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 패션이 완성되는 과정을 표현한 오브제도 볼 수 있다.

광섬유를 이용해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 패션이 완성되는 과정을 표현한 오브제도 볼 수 있다.

 
입구에서는 3D 프린팅 원피스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첨단기술의 지속적인 발달로 신기술 간 융합화가 진전되며 패션업계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패션에 3D 프린팅 기술과 IT 전자기기 등이 도입되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복잡하고 입체적인 액세서리 및 혁신적인 디자인과 성능의 패션이 등장할 수 있죠. “옷은 단순히 천으로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면 좋을 것 같아요. 천연섬유·인조섬유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재료를 가지고 올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해 주세요.” 옆쪽에는 소리 반응 의류가 있었는데요. IT기기와의 융합으로 모니터나 MP3 액정에 있는 이퀄라이저 기기를 섬유에 부착한 것이죠. 주변 소리 감지 센서가 있어서 들리는 음악에 반응해 이퀄라이저의 무늬와 색채가 리듬에 맞춰 변화합니다. 티셔츠 앞에서 손뼉을 치면 소리를 인식하고 반응을 하는 게 보였어요. 다른 분야와의 기술 융합을 통해 LED를 배열하여 감성을 전달하는 의류, 감광 센서를 통해 주변이 어두워지면 스스로 빛을 내 작업자를 보호하도록 한 의류 등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거죠.  

“섬유는 실이나 원단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도 나올 수 있다고 했죠. 유리섬유·탄소섬유가 대표적인데요. 특히 탄소섬유는 유기질의 섬유를 가열·탄화한 후 결정화하여 만든 무기질섬유인데, 철보다 무게는 1/5 가볍고, 강도는 10배, 탄성률은 7배 이상 높은 가벼우면서도 강한 소재죠.” 테니스 라켓·골프채 등의 스포츠용품, 우주왕복선 등 각 분야의 산업용 소재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특히 탄소섬유는 자동차 경량화 핵심 소재로 강철 대비 최대 78% 무게 절감, 알루미늄 대비 40% 무게 절감이 가능해요. 자동차는 경량화를 통해 더 빨리 달릴 수 있고, 배기가스를 감소시키고 연비를 향상할 수 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탄소섬유 자동차의 이점을 체험할 수 있는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며 관련 정보를 확인했죠.

스포츠 선수의 기록 향상을 위한 경기복과 수분 조절 기능성 코팅 소재를 사용한 아웃도어 레저용 제품도 눈에 띈다.

스포츠 선수의 기록 향상을 위한 경기복과 수분 조절 기능성 코팅 소재를 사용한 아웃도어 레저용 제품도 눈에 띈다.

 
첨단 기능성 보호복은 원자력·우주산업 등의 새로운 산업과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 작업자와 재해·테러·전염병에 노출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고강도·고탄성·고내열성 등의 특징을 지닌 신섬유가 많이 활용되고 있죠. “소방관들은 아라미드 섬유로 만든 옷을 입고 화재를 진압해요. 불이 잘 붙지 않고, 고온에도 잘 녹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진 섬유죠. 이러한 섬유들이 언젠가는 일상복과 일상 소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될지도 몰라요.” 스포츠 선수의 기록 향상을 위한 경기복과 수분 조절 기능성 코팅 소재를 사용한 아웃도어 레저용 제품 등도 눈에 띄었죠. 재생용 수술봉합사, 이식용 메시, 혈액정화필터 등 의료 분야에도 섬유가 사용된 것이 인상적입니다.

옷을 사기 위해 매장에 가서 입어보는 것도 많은 에너지를 쓰게 하는데요. 패션에 IT 기술을 접목한 기술로 매장에 직접 가지 않고도 가상공간에서 3차원 개인 아바타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과 색상의 의상을 입어보는 가상체험도 가능하죠. 미래에는 정말 이렇게 집에서 가상으로 옷을 피팅할 수 있는 시대가 될지 궁금해졌어요. 패션산업은 가장 많은 쓰레기를 발생시키는 산업 중 하나입니다. 미래에 첨단섬유를 입고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옷으로 인해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으려는 마음가짐도 중요하겠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페트병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섬유와 토양에 묻어두면 45주 만에 90% 이상 분해가 되는 옥수수 섬유 등 친환경 의류에 대해서도 알아봤어요. “미래에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어떤 옷을 입어야 되겠다는 상상도 좋지만 옷으로 쓰레기를 만들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도 꼭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황지인 학생모델이 “미래 섬유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면 좋을까요”라고 질문했죠. “미래 섬유는 궁극적으로 인간 삶을 지금보다 조금 더 편하고 안전하고 유익하게 발전시켜 줄 거예요. 다만 더 이상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방향으로 발전을 시켜야 한다는 거죠. 섬유의 미래 발전 방향은 가장 인간 친화적이지만 가장 환경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황지인·김로아 학생모델과 이준호 학생기자(왼쪽부터)가 대구섬유박물관을 찾아 전통 섬유에서 첨단 신소재까지 섬유산업의 변천사를 한눈에 살펴봤다.

황지인·김로아 학생모델과 이준호 학생기자(왼쪽부터)가 대구섬유박물관을 찾아 전통 섬유에서 첨단 신소재까지 섬유산업의 변천사를 한눈에 살펴봤다.

 

섬유와 의료 분야의 만남
섬유는 패션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의 연구·개발이 활발한데요. 섬유와 의료가 만나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알아보세요.

이식용 메시 
얇고 부드러운 그물망 같은 이식용 메시는 아래로 처지는 장기를 위로 떠받쳐 고정시키는 도구예요. 수술 시 장기와 봉합되는 부분은 생분해성 재질로 복합구성해 시간이 지나면 봉합 부분은 분해되고 메시 부분만 남아 장기를 지탱하죠.

재생용 수술봉합사 
생분해성 재료인 폴리글라이콜산으로 제조된 흡수성 봉합용 실입니다.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속도가 빠르고 분해되는 시간이 손상된 피부의 접합 시간과 거의 일치해 기존처럼 봉합된 실을 뽑는 불필요한 작업을 줄일 수 있죠.

혈액정화필터 
신장 기능이 저하된 사람들은 노폐물이 체내에 축적돼 요독증을 일으켜요. 노폐물의 배설기능을 대행하는 게 바로 혈액투석법을 쓴 인공신장이죠. 인공신장은 나노섬유를 이용한 혈액정화필터를 사용해 혈액 중 노폐물을 제거합니다.

치주조직 재생용 차폐막 
임플란트·치주시술 때 손상된 뼈나 치주조직에 삽입해 인접한 연조직을 보호하고 세균 침투를 차단하는 차폐막을 나노섬유로 만듭니다. 동결건조로 제조되는 기존 차폐막에서 발생하던 형태 변형 등의 물성문제를 크게 개선했어요.
 
동행취재=김로아(경기도 위례초 4) 학생모델·이준호(경기도 홈스쿨링 중2) 학생기자·황지인(서울 봉은초 6) 학생모델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첫 취재라 긴장되고 많이 설레었어요. 먼저 옛날 옷들을 살펴보았는데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것 같았죠. 지금 입어도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문양과 패턴을 미디어아트로 체험했는데 화려한 꽃들이 발아래에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저절로 좋아졌죠. 이 외에도 첨단 섬유로 만든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여러 용품을 살펴보니 섬유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구멍 난 옷은 버리지 않고 꿰매고 아껴서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김로아(경기도 위례초 4) 학생모델

대구는 ‘패션의 도시’로 유명한데요. 그 이유는 패션의 기초가 되는 섬유산업이 활발했기 때문입니다. 섬유라고 하면 목화에서 나오는 면, 누에고치에서 나오는 비단 정도만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석탄·석유 등을 통해 나일론 섬유를 만들었고, 또 섬유는 옷을 만드는 데 쓰일 뿐 아니라 자동차·비행기·바퀴 등을 만드는 데도 사용되고 있었죠. 생활 속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는 섬유를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이준호(경기도 홈스쿨링 중2) 학생기자

패션관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시대별로 입었던 옷들 그리고 여성이 입었던 옷, 치마 등의 변화가 인상적이었죠. 또 섬유로 만든 혈액정화필터인 인공신장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섬유가 의료 분야에도 쓰이고 있는지 몰랐거든요. 박물관 천장에 장식된 광섬유 장식도 인상적이었어요. 2층에서 봤을 때와 4층에서 봤을 때의 느낌이 달랐죠. 아라미드 섬유로 만든 소방관 옷 등 특수 소재로 만든 의류부터 탄소섬유로 만든 자동차까지 섬유의 활용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더욱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황지인(서울 봉은초 6) 학생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