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국내 클라우드 보안 인증 제도가 '무역 장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AFP=연합뉴스
7일 IT업계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일 내놓은 '2025년 국가별 무역장벽 리포트(NTE)'를 통해 한국의 클라우드 보안 제도를 완화할 것을 요구했다. NTE는 USTR이 매년 각 국가의 무역 장벽을 기술해 발행하는 보고서다. USTR은 보고서에서 "한국 클라우드 보안 인증 프로그램(CSAP)이 해외 클라우드서비스제공업체(CSP)에 '상당한(Significant)' 장벽이 됐다"며 "이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서 '제외(Excluded)'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USTR이 클라우드 보안 규제를 장벽으로 지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줄곧 망 사용료만 지적해왔다.
정부는 IT기업이 국내 공공 기관이 발주한 사업을 따내는 보안 조건으로 CSAP 인증을 요구하고 있다. CSAP는 공공 데이터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다. 보안 수준에 따라 '상중하' 세 단계로 나뉜다. 하 등급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중 등급부터 비공개 업무자료를 다루고, 상 등급에선 국가 보안과 관련한 정보를 취급할 수 있다. 국내에 진출한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빅테크는 올해 초 CSAP 하 등급을 취득했다. USTR은 이 규제를 완화해 중 등급까지 빅테크에 부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USTR의 이 같은 요구를 두고 IT업계에선 빅테크들이 AI 학습용으로 쓰기 위해 공공 데이터에 접근하려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1조 4000억원(2023년 기준)으로 민간 시장(7조 4000억원) 대비 크게 작아서다. 현재 국내 공공 클라우드 시장은 NHN클라우드, 네이버클라우드, KT클라우드 등 세 회사가 80% 이상 과점하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 업체들은 이미 민간 시장을 빅테크에 내줬는데, 공공 시장마저 빼앗길 수 없다는 입장이 많다. 업계에선 2023년 기준 외산 클라우드의 민간 시장 점유율을 총 80%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인력부터 설비, 구축 노하우까지 정부 기준에 맞춰 공공 클라우드를 운영해 왔는데, 외산 업체들이 문턱을 낮춰 들어오면 우리만 피해 보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AI 고도화를 위해 협력이 필요하다는 반박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