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의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 46시리즈 배터리가 적용된 전기차 하부 모형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이 북미 출하량 증가와 고환율에 힘입어 1분기 ‘깜짝 실적’을 냈다. 다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속에 관세 전쟁까지 더해져 향후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경쟁사인 중국 업체 대비 경쟁우위에 있는 부분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7일 LG에너지솔루션은 연결 기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37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2%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672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1분기 매출은 6조26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이번 호실적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규모가 늘어난 영향이다. 1분기 AMPC는 4577억원으로 직전 분기(3773억원) 대비 21% 늘었다. AMPC를 제외하면 830억원의 적자를 냈다.

박경민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의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당분간 배터리 업황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AMPC 금액이 늘어난 건 북미 출하량 증가 때문인데, 이는 미국 내에서 관세 부과 전 전기차를 미리 구매하려는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 얻은 이익을 원화로 환산하면서 고환율 덕을 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 자체는 전망이 어둡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25% 관세 부과로 수요 부진이 심화할 우려가 있다. 안희수 DB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제너럴모터스(GM)의 주요 인기 전기차 모델 대부분이 멕시코에서 생산 중이라 타격이 불가피하다”라며 “캐나다 스텔란티스, 미국 혼다 합작법인(JV) 가동 연기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내다봤다. IRA 보조금 축소 등 미국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캐즘이 이어지면서 삼성SDI와 SK온은 1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K배터리 3사는 관세 전쟁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쟁 측면에서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캐즘 돌파구로 꼽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는 반사이익 기대감이 오히려 커졌다. ESS용 배터리는 상호관세가 적용돼 중국은 한국(25%)보다 많은 34%가 부과된다. 트럼프 정부는 앞서 중국에 20%의 관세를 부과해 중국산 수입품 대상 관세만 54%에 이른다.
현재 미국 ESS용 배터리 시장은 값싼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장악하고 있다. 테슬라의 ESS용 배터리도 CATL 등 중국 기업들이 독점 중이다.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관세 영향으로 미국 내 전동화가 느려지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ESS에서는 기회가 있다”라며 “상호관세가 실제 시행된다면 사실상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에 대해 퇴출을 선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터리 3사는 미국 현지 ‘선진입’ 효과를 누리겠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 ESS 생산라인을 갖추고 올해부터 ESS용 LFP 배터리를 양산한다. 삼성SDI는 내년 중 LFP를 적용한 ‘SBB(Samsung Battery Box) 2.0’를 출시해 북미 ESS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고, SK온도 북미 ESS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