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앞서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77조 원대 매출에 5조 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라고 봤고, 4조 원대 영업이익이 나올 거라는 전망도 있었다. 실제로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의 예상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회사는 잠정 실적을 사업부별로 세부 공개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모바일(MX)사업부가 매출과 영업이익을 이끈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는 매년 초 플래그십(주력) 스마트폰을 공개해 1분기에는 신제품 효과를 보는데, 갤럭시 S25 역시 지난 1월 출시 이후 판매 호조세를 보였다.
반도체(DS) 부문도 영업 흑자를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달 D램 현물 가격이 전월 대비 13.3% 오르는 등(D램익스체인지 조사)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인상 조짐을 보이는 데다 미국 관세 시행이 예상되자, 모바일·PC 업체들이 D램 메모리를 미리 사들이기 시작한 덕이다. 지난해 8월 이후 범용 D램 고정 가격은 36% 하락한 상태인데, 업계에서는 바닥을 치고 올라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주원 기자
삼성전자 분기별 영업이익은 ‘반도체 겨울’이던 지난 2023년 1·2분기에 1조원 미만까지 내려갔다가 점차 회복 중이다. 지난해 2분기에는 10조4000억원까지 올라갔다. 이후 영업이익은 3분기 9조2000억원, 4분기 6조4900억원으로 다시 내려왔다가 이번에 6조6000억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2분기 실적도 오름세일지는 불확실하다. 크게 두 가지 요인이다. 첫째는 모바일 실적인데, 2분기는 신제품 스마트폰 출시 효과가 줄어들어 MX사업부의 ‘받쳐주는 힘’이 떨어지는 시기다.
둘째는 중국 반도체 매출이다. 지난 1월 1일부터 미국 정부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대(對) 중국 수출을 제재하면서, 삼성전자는 중국에 구형 HBM을 팔지 못하게 됐다. 삼성은 바이두의 인공지능(AI) 반도체에 HBM·파운드리·패키징을 공급하는 등 중국 테크 기업 대상 반도체 매출을 꾸준히 올려왔는데, HBM은 막혔고 다른 분야에서도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회사는 최신 HBM3E(5세대) 매출 증대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최대 고객인 엔비디아에 HBM3E를 납품해 실적에 비중 있게 반영되는 시점은 하반기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전영현 부회장은 “HBM3E 경쟁력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시장에서 효과를 볼 시점은 “빠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라고 했다.
모든 것을 압도하는 변수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중국에 총 54% 관세를 매겼고, 이후 중국 당국이 보복관세를 예고하자 7일 ‘보복을 철회하지 않으면 50%를 더 추가하겠다’라고 엄포를 놓았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품목 관세도 곧 도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모바일 업계의 누구도 승산이 없다”라고 평했다. 아이폰의 90%를 중국에서 조립·생산하는 애플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지만, 전반적인 가격 인상과 이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이 전자·반도체 산업 전반에 타격을 입힐 거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