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가운데)씨가 8일 오후 뇌물공여 등 혐의 수원고법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 청사 앞에 섰다. 김씨는 ″사실에 입각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손성배 기자
대장동 개발과 관련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받았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9)씨와 최윤길(66) 전 성남시의회 의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돈을 주고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대장동 관련 조례 통과 등 정당한 정치활동이라고 보면서다.
수원고법 형사2-3부(고법판사 박광서 김민기 김종우)는 8일 김씨의 뇌물공여 혐의 등 원심 유죄 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킨 혐의(부정처사후수뢰)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 전 시의장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 최윤길이 성남시의장 당시 대장동 주민들에게 의사 일정을 알려주고 대장동 개발 명분을 언급하면서 주민 시위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되나 시의원의 정당한 정치 활동이고, 시의장 업무를 위배한 부정한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2013년 2월 시의장으로 공사 설립 조례안을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해 거수투표로 재표결에 부쳐 부정행위를 했다는 점도 인정하기 어렵다”며 “최윤길의 행위가 부정처사가 아니기 때문에 이후 김만배가 최윤길을 화천대유 부회장으로 채용하고 뇌물을 공여했다는 검사의 공소사실은 더 살펴볼 것 없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2022년 2월 김씨로부터 ‘공사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켜달라’는 부탁을 받은 최 전 의장이 2013년 2월 조례안을 반대하는 의원들이 퇴장한 사이 조례안을 통과시켰다며 김씨와 최 전 의장을 뇌물공여 및 부정처사 후 수뢰죄로 재판에 넘겼다.
최 전 의장은 9년 뒤 2021년 2월 대장동 개발사업 수익이 현실화되자 화천대유 부회장으로 채용돼 40억원 상당의 성과급 계약을 맺었다. 검찰이 기소한 김씨와 최 전 의장의 뇌물 등 혐의는 11개월간 화천대유로부터 급여, 법인카드 명목으로 8000여만원을 주고받은 혐의다. 부정처사 후 수뢰죄는 공무원이나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을 가진 사람이 직무상 부정한 행위를 먼저 한 뒤 뇌물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받은 경우 성립한다.
1심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는 지난해 2월 유죄를 인정해 김씨에게 징역 2년 6개월, 최 전 의장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하고 803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최 전 의장이 2012년 시의회 의장에 선출된 뒤 탈당하고 다수당이던 새누리당이 반대한 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을 가결되게 한 점, 이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후보의 재선 선거를 도운 점 등이 청탁받은 사실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도주 우려가 없다며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김씨가 대장동 사건으로 기소된 사건은 모두 7건이다. 지난 2023년 2월 곽상도 전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 50억원을 지급한 혐의(뇌물공여 등) 사건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중이다.
김씨는 남욱 변호사 등 민간업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함께 대장동 사업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 등)로 2021년 11월 기소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에서 5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이들과 유착해 막대한 이익을 몰아준 혐의 등으로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과 함께 2023년 3월 기소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에서 별도로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