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은 8일 오후 서울 의협회관에서 발표한 입장문에서 "의료 정상화는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 현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며 "이제는 정부와 국회가 제대로 결정권을 갖고 대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와 국회엔 "의료 정상화를 위한 의료계의 제안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이 8일 서울 의협회관에서 현안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협이 이러한 대화 의사를 밝힌 건 의정갈등 국면에서 사실상 처음이다. 지난해 하반기 국회에서 주도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걷어차는 등 대화를 거부하는 양상이 이어져 왔다. 지난 3일 브리핑에서도 "정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만 했다.
하지만 4일 의정갈등의 대척점에 서 있던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의료계에선 "이제는 대화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김성근 대변인은 "무리한 정책을 추진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전공의·의대생이 그간 입었던 상처도 많이 위로받았다고 평가한다"며 "논의 테이블이 만들어지면 전공의·의대생들이 대화에 참여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관계자는 "대통령 탄핵으로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더는 정원을 줄이자고 요구하는 건 무리라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면서 "(의협 내 강경파인) 박단 부회장의 발언권도 많이 약해졌다"고 밝혔다.

김택우(왼쪽)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박단 의협 부회장(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전공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尹 탄핵에 분위기 급변" 한덕수 권한대행과 대화 의지
논의 테이블 구성에 대해선 "정부와 의협, 그리고 결정을 도와줄 국회 측이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무산된 여·야·의·정 협의체에 가까운 형태를 구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의협은 내년도 의대 정원 동결에 동의한다는 입장도 처음 냈다. 앞서 교육부는 의대생 수업 복귀를 전제로 내년 모집인원을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협은 "정부의 말장난"이라고 비판하거나 "한 명도 뽑지 말아야 한다"(김택우 회장)는 입장을 내부적으로 밝힌 바 있다.
김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2026년에 의대에 들어올 수 있는 인원은 3058명으로 정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측에서) '내년에 다시 (2000명 증원된) 5058명을 뽑을 거야'라는 식의 언사는 앞으로 없어야 한다"며 정원 동결을 빠르게 확정 지을 것을 촉구했다.

6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의협 포함된 의교협, 정부에 "이번주 동결 확정해야" 공문
의협은 정부에 외쳐온 '필수의료 패키지' 재검토 주장의 톤도 누그러뜨렸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중단 등을 여전히 반복하긴 했지만 "의료개혁 과제를 의협이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세부적 내용이 불합리한 것이 많으니 제대로 점검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