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게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국무회의에서 조기 대선이 6월 3일로 공식 확정된 직후였다. 김 장관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원하는 부분도 있고, 여러 국가적 어려움을 해결해야 할 책임감을 느껴 사의 표명하고 출마하게 됐다”며 “국태민안(國泰民安·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하다)을 위해 함께 하겠다”고 했다. 김 장관은 9일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선언을 하고, 조만간 국민의힘에도 입당할 예정이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장관직 사퇴와 대선 출마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3선 국회의원과 재선 경기지사를 지낸 김 장관은 12·3 계엄 사태 후 줄곧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면서 강성 보수층의 지지를 모아왔다. 현재 가장 유력한 보수 진영의 대선 주자인 김 장관은 자신의 지지율에 대해 “제가 밀어달라고 한 게 아니고 안타까운 정치 현실과 국민의 답답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매우 뜻밖이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선 “복귀를 바랐는데 파면돼 매우 안타깝다”면서도 “나는 계엄에 반대했고, 우리나라의 헌법 구조와 권력 구조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점을 깊이 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안철수 의원과 이정현 전 의원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군 중에서 처음으로 출마 선언을 했다. 안 의원은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을 넘어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며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안 의원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법률가 출신이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는 과학자와 경제인에게 맡겨야 한다”며 ▶인공지능(AI) 인재 100만명 양성 ▶대통령 5년 중임제, 중대선거구제 추진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정현 전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임기 단축을 해서라도 6공화국의 막을 내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아낼 지침서로서 국민 헌법을 만들겠다”며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다른 주자들의 출마 일정도 속속 정해지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가 9일, 한동훈 전 대표가 10일 각각 국회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14일 대선 캠프인 국회 앞 대하빌딩에서 출마 선언을 한다. 국회 앞 맨하탄21빌딩에 사무실을 계약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주 후반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오 시장은 8일 간담회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출마) 날짜를 특정하기엔 이르다”면서도 “그렇게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김 장관이 공식적으로 대선판에 등장하자 견제구도 나왔다. 11일 시장직을 내려놓는 홍 시장은 8일 대구시청 기자 간담회에서 “문수 형(김 장관)은 탈레반이다. 나는 문수 형하고는 다르다”며 “타협해야 하는 순간이 있고 나는 유연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선 공약, 대선 전략 준비는 지난주에 끝났고 실행 절차만 남았다”며 “대선을 안 해본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다 끝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의 측근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김 장관은 본선에서) 필패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중도의 확장성이 없고, 김 장관이 부상하고 있는 건 반이재명, 친윤석열 지지자들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 김건희 여사와는 절연을 하고 가야 한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9일 첫 회의를 열어 경선 일정과 함께 예비경선(컷오프) 방식을 논의한다. 당내에선 경선 흥행을 위해 2~3차례 컷오프 과정을 거쳐 후보를 2명으로 압축한 뒤 본선에 나설 최종 후보를 뽑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라운드를 거칠 때마다 1명씩 탈락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어떤 과정을 거치든 최종 후보는 당헌·당규에 정해진대로 당원과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를 각각 절반씩 반영해 뽑게 된다. 일부 후보는 본선 경쟁력 반영을 위해 당헌·당규를 고쳐 100% 여론조사로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시간이 촉박해서 경선 룰을 바꿀 수 없다’는 얘기가 나도는데, 대선 승리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재명을 이겨야 한다면 민심이 원하는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 완전국민경선을 촉구한다”고 했다.
범보수 진영에 속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21대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국민의힘에서 나를 모욕적인 주장을 통해 내쫓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 어떠한 반성이나 사과의 기미가 없는 상황 속에서 단일화 논의는 무의미하다”고 일축했다. 이날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9일 국민의힘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