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뉴스1
9일 통상당국에 따르면 이번 통화가 의미있는 이유는 미국 정부의 주요 결정이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이뤄지고 있어서다. 그동안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미국과 대화 테이블에 앉았지만, 미국이 원하는 게 뭔지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그동안 정부가 협상에 대비해 다각도로 준비했고, 이번 통화로 정상외교의 지원도 받은 만큼 상호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실무협상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라고 했다.
실제 정 본부장 등 한국 협상단의 방미 일정에 맞춰 통화가 성사됐다. 트럼프 대통령도 “그들(한국)의 최고 팀은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있고, 상황은 좋다(looking good)”고 언급했다. 미국에 도착한 정 본부장은 카운터파트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협상 속도를 높인다.
정 본부장은 이날 워싱턴D.C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알래스카 LNG 건도 중요한 부분이고, 이미 한미 양국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조선도 미국 측이 가장 관심을 갖는 영역”이라며 “우리가 경쟁력이 있고, 세계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이라 충분히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협의를 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의 입장 변화도 예상된다. 알래스카 LNG 투자의 경우 이미 미국 측과 LNG 구매·투자의향서(LOI)를 체결한 대만 등과는 달리 한국 정부는 그동안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총 건설비가 390억~440억 달러(약 57조~64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라 대통령 부재 상황에서 의사 결정이 쉽지 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의 “알래스카 개발 논의가 한·일 관세 협상에서 대안이 될 것”이라는 발언이 더해지면서 미국과 협상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고, 빠르게 검토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패키지딜은 범부처 간 세심한 조율이 필요해졌다. 방위비 인상 등 미국의 요구를 최대한 방어하기 위해서는 시장 개방이나 비관세장벽 해소 등의 선물을 꺼내야 하는데, 각 부처 간 이해관계가 달라 입장을 일치하기 쉽지 않아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패키지딜을 하려면 협상 대표에게 범부처를 아우를 수 있는 큰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며 “조기 대선 국면에서 범부처 간 입장 조율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장관은 이날 국회에 출석해 “조만간 미국에 갈 계획이며, 통상교섭본부장이 돌아오면 이번에 미국과 협의한 내용을 파악해 범부처적으로 분석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