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요청한 '증원 동결 선언'에 총장들 “아직 '수업 정상화' 판단 일러”

 

 8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8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의 모습. 연합뉴스

 
의대생들의 복귀가 늦어지며 정부의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발표도 미뤄질 전망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7일 학생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대학에서 등록만 하고 수업은 거부하는 교착 상태가 이어지면서 증원 철회의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업 참여 학생, 신분 드러날까 두려워하고 있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부분 의대는 교육부가 복귀 시한으로 정한 지난달부터 온·오프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대 등 일부 학교는 3월 초부터 수업을 시작해 유급 시한인 수업일수의 3분의 1~4분의 1을 넘겼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은 서울대 등 일부를 제외하면 그리 많지 않다는 게 의료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날 가톨릭대,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울산대 의대 대표자들은 공동 성명서를 내고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의 투쟁 방향성을 존중하며 투쟁(수업 거부)을 지속한다”고 했다. 

앞서 의대협은 지난 2일 “각 의대 대의원(학생회장)과 긴밀하게 논의한 결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투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날 아주대 학생들도 ‘25학번 일동’ 명의의 성명을 내고 “정부는 더 이상 우리를 갈라치기 하지 말라”며 수업 거부의사를 밝혔다.   


복귀를 원하는 학생들에 비판하는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다. 한 수도권 의대 학장은 “학생들이 몰래 온라인 강의만 듣고 있다. 신원이 드러나는 걸 상당히 두려워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의대의 한 학생은 “공적인 자리에서 복귀를 주장했던 일부 학생들은 교내 동아리 활동도 못할 정도로 조리돌림 당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전공의가 움직여야”

의료계에서는 3058명으로의 모집인원 원상복구를 먼저 선언해야 학생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날 대한의사협회(의협)를 비롯한 의료 관련 12개 단체는 이번 주 안에 의대 정원을 증원 전 규모인 3058명으로 확정해달라는 공문을 정부에 보냈다. 이진우 협의회 회장(대한의학회장)은 “학생들이 등록했으나 상당수가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약속한 대로 내년도 입학 정원을 3058명으로 빨리 확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총장들의 생각은 다르다. 의대를 둔 대학 총장모임인 ‘의과대학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관계자는 “아직 모집인원 원상복구 선언은 이르다”며 “동결 선언을 논의하는 회의 개최도 검토했지만, 지금 상태에서 증원 철회에 찬성할 총장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교육부도 좀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교육부 관계자는 "정상적인 수업 운영이 가능한 수준이면 동결을 선언할 수 있다”고만 밝혀, 증원 동결엔 수업 정상화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종전 입장을 유지했다. 이에 교육계 관계자는 “아직 많은 대학에서 유급 시한이 지나지 않은 상태”라며 “일찍 개강한 부산대가 지난 7일 유급을 예고하면서 학생들이 ‘수업 복귀 노력’을 약속하고 등록 절차를 끝낸 것처럼, 다른 대학도 유급 시한이 다가오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