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연합뉴스
33년 만에 전 세계 D램 시장 1위가 바뀌었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D램 매출 1위에 올랐다. 인공지능(AI)과 고성능 컴퓨팅(HPC) 시장이 팽창하는 상황에서 주력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9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매출 기준 점유율에서 SK하이닉스가 36%를 기록해 삼성전자(34%)를 앞섰다. 3위는 미국 마이크론(25%)이었다.
SK하이닉스가 D램 1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1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41%)와 SK하이닉스(30%) 간 점유율 격차는 11%포인트(p)였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엔 격차가 2%p까지 줄었고, 올해 1분기에 순위가 뒤집혔다. 삼성전자는 1992년 시장점유율 13.5%로 일본 도시바(12.8%)를 제치고 세계 D램 1위에 오른 뒤 33년간 지켜온 선두를 처음으로 내주게 됐다.
점유율 역전의 1등 공신은 HBM이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점유율 70%를 기록하며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은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로,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AI 가속기에 필수적으로 탑재된다. HBM 수요가 늘수록 D램 판매량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AI 열풍을 주도하는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HBM3E(5세대) 12단 제품을 대량 공급하고 있다.
점유율 양상은 올 2분기에도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민성 카운터포인트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AI 수요가 강세를 유지하며 관세 충격의 영향을 덜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관세 충격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경우 HBM 시장 성장세도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HBM4(6세대) 12단 샘플을 공급하는 등 차세대 HBM 시장 선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2분기부터 주요 고객사에 HBM3E 12단 제품을 납품해 매출 반등을 노리는 한편, HBM4 등 차세대 HBM 개발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