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원화 값은 오후 3시 30분(주간거래)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0.9원 내린(환율은 상승) 1484.1원에 거래를 끝냈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3월 12일(1496.5원)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다. 원화 값은 미국이 예정대로 상호관세를 발효하면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높아진 세계 경제 불확실성에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커진 영향이다. 여기에 ‘104%’ 관세폭탄을 맞은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추면서, 위안화에 동조하는 원화 값 하락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차준홍 기자
관세에 환율로 맞선 中, 역외 위안화 사상 최저치

미국의 상호관세가 발효와 함께 코스피 2,300선이 무너진 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역외 위안화는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장에서 7.429원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이는 위안화 역외거래를 시작한 2010년 이후 사상 최저치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 상호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달러당 7.5위안까지 떨어뜨리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환율전쟁이 본격화하면 달러당 원화가치가 1500선대로 내려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 정책 기조가 예상보다 강경한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변동성은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달러당) 1500원까지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세전쟁 환율전쟁으로 확전 양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REUTERS
이 때문에 미국이 중국을 환율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관세 등 무역제재의 강도를 더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티븐 미란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만든 보고서 ‘글로벌 무역시스템 재구성 사용자 가이드’에서 “징벌적 관세 이후, 유럽과 중국과 같은 무역 파트너가 관세 인하를 대가로 통화 협정에 더 수용적으로 될 것”이라고 했다.
이미 일본 등 일부 동맹국은 환율을 미국 관세 협상의 의제로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엔저(엔화 약세)’를 문제 삼은 만큼 환율이 협상 카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낮춰 미국 관세에 대응하고 있지만, 미국의 관세율이 워낙 높아 이를 모두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위안화 값을 너무 떨어뜨리면, 자본 유출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결국 중국도 환율 협상장에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물가·금리 경로도 안갯속, 경제 불안 커져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중국이 국채 매각을 통해 금리 상승을 유도하며 미국 정부의 차입 비용을 증가시키려는 전략을 펼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국채를 약 7608억 달러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미 국채 보유국이다.
미국의 금리가 높아지면 경기 침체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아진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장의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에 일단 현상을 유지하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미국과 협상이 실제 이뤄지면, 그때 경제적 대응 방향의 방향성이 결정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2300선을 내줬다. 종가 기준 전 거래일 대비 40.53포인트(1.74%) 하락한 2293.7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2300선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23년 11월 1일(2288.64) 이후 처음이다. 상호관세 부과와 원화 가치 하락에 이날 외국인은 7084억원, 기관은 123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같은 날 코스닥 지수도 전일 대비 14.14포인트(2.15%) 내린 644.31로 장을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