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의 '살인 예측' 시스템 개발 중"…英정부 인권침해 논란

영국 경찰. EPA=연합뉴스

영국 경찰. EPA=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확보된 범죄자 정보를 활용해 살인자가 될 가능성이 큰 사람을 식별하는 '살인 예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영국 정부는 아직 연구 단계로 최소 한 차례 형사사건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의 정보를 사용한다고 밝혔지만 인권침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정부의 의뢰를 받은 연구진은 잠재적 범죄자를 파악하기 위해 범죄 피해자 등 수천명의 개인정보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하고 있다. 

리시 수낵 총리 재임(2022∼2024년) 때 영국 총리실이 의뢰한 이 프로젝트는 보호감찰국과 경찰의 자료를 활용한다. 정보에는 이름, 생년월일, 성별, 민족, 전국 경찰 전산망에 입력된 개인 식별번호 등이 포함된다. 

영국 비영리단체 스테이트워치(Statewatch)의 정보공개 청구로 알려진 이 계획은 애초 '살인 예측 프로젝트'라 불리다 지금은 '위험 평가 개선을 위한 정보 공유'로 명칭이 바뀌었다. 

이 단체는 형사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더라도 자해, 가정폭력 등과 관련한 개인정보가 이 프로젝트에 사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범죄자뿐만 아니라 무고한 사람이나 범죄 피해자의 정보까지 동원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신건강, 중독, 자살, 취약성, 자해, 장애 등에 관한 개인 정보도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스테이트워치의 소피아 리올 연구원은 "살인 예측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법무부의 시도는 정부가 이른바 '범죄 예측' 시스템을 개발하려는 의도를 보여주는 소름 돋는 디스토피아적 최신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구조적인 차별을 강화·확대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편견과 인종차별을 조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을 폭력 범죄자로 프로파일링(개인의 심리적·행동적 특성을 분석해 특정 상황에서의 행동을 예상하는 것)하는 자동화 도구를 만드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며 "정신건강, 중독, 장애 관련 민감 정보를 사용하는 것은 인권침해 요소가 짙다"고 강조했다. 

영국 법무부 대변인은 "이 프로젝트는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에 대한 교정국과 경찰의 데이터를 이용해 보호관찰 중인 사람들이 심각한 폭력을 저지를 위험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연구 목적으로만 진행되고 있으며 관련 보고서는 적절한 시기에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