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따라 간다더니…나무 심기 진심인 이 회사 [비크닉]

b.애쓰지
저 회사는 정의로울까? 과거 기업의 평가 기준은 숫자였습니다. 요즘은 환경(Environmental)에 대한 책임, 사회(Social)적 영향,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 등 이른바 ‘ESG 관점’에서 기업을 판단합니다. 비크닉은 성장과 생존을 위해 ESG에 애쓰는 기업과 브랜드를 조명합니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격언은 잠시 잊어주세요. 착한 일은 널리 알리는 게 미덕인 시대니까요.
두나무의 주요 ESG 키워드는 '나무'다. 사진은 두나무가 실제 묘목을 심는 모습. 두나무 유튜브 캡처

두나무의 주요 ESG 키워드는 '나무'다. 사진은 두나무가 실제 묘목을 심는 모습. 두나무 유튜브 캡처

 
최근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은 순식간에 수천 헥타르의 산림을 삼켰습니다. 불길은 진압됐지만, 삶터를 잃은 이재민의 타들어 간 마음은 쉽게 사그라들 수 없죠. 다행히 이 고통을 ‘남 일’로 여기지 않은 기관·단체·기업도 속속 나타나고 있어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도 그중 하나입니다. 긴급 구호 성금 10억원을 대한적십자사에 기부하며 조용히 움직였거든요. 순직한 소방관·공무원 유가족을 위한 심리치료부터 이재민 생계·의료 지원, 재난 인프라 복구까지 아끼지 않았고요.

이번이 특별했나 싶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지난 2022년부터는 산불이 난 피해지역 복구를 위해 진짜 나무를 심었어요. 롤러코스터 같은 코인의 가격 변동과 코인 티커 사이에서 시간의 힘을 믿고 가는 ‘환경’을 얘기한다는 건 단순 마케팅으론 부족할 텐데요, 이 모든 걸 자사 기술력과 접목한 두나무는 왜 이토록 나무에 진심인 걸까요. 비크닉이 좀 더 들여다봤습니다.

‘기술로 나무를 심는다’는 말이 현실이 될 때

박현아 디자이너

박현아 디자이너

 
그간 두나무의 행보를 살펴보면 이번 산불 기부금이 단발성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됩니다. 지난 2018년 이후 두나무가 기부한 재난 구호금만 누적 190억원. 예상치 못한 국가적 재난·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발 빠르게 나섰고, 그 지원은 현장 중심으로 이뤄졌어요. 2022년 경북 울진·강원 삼척 산불(30억), 중부 수해(20억)에 이어 2023년에는 강릉 산불(5억), 전국 수해 피해 지역에 3억원을 기부했는데요, 이 성금은 피해 지역 복구와 이재민 주거 지원·구호 물품 제공·트라우마 치료 등 현장 중심 지원에 활용됐다고 해요.

 2022년~2023년 두나무의 세컨포레스트 프로젝트 성과. 두나무

2022년~2023년 두나무의 세컨포레스트 프로젝트 성과. 두나무

사명에 ‘나무’가 들어간 만큼 교내 밖에서도 산림보호 관련 ESG 활동에 힘주는 모습입니다. 말하자면 ‘나무’는 실제로 두나무가 주력하는 주요 키워드이자, 상징적인 의미를 넘어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고요.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됐던 2022년(팬데믹) 당시 두나무는 ‘세컨포레스트’라는 산림 복원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메타버스 상에서 가상의 나무를 심으면, 실제 산불 피해 지역에 묘목이 식재되는 구조였죠. 세컨포레스트 캠페인 등으로 2년 만에 심은 나무만 무려 10만5133그루. 세컨포레스트 프로젝트의 독창성은 2023년 OECD 공공혁신협의체(OPSI)가 꼽은 ‘정부혁신 우수 사례’로 이름을 올렸어요.


성수동 팝업스토어로 운영된 두나무의 '도심 속에 피어난 치유의 숲'. 두나무

성수동 팝업스토어로 운영된 두나무의 '도심 속에 피어난 치유의 숲'. 두나무

두나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팬데믹 이후 대면 방식의 소통이 주목받자 가상의 숲이라는 콘셉트로 오프라인 캠페인을 확장했죠. 지난해 8월 서울 성수동에 조성한 팝업 ‘도심 속에 피어난 치유의 숲’에는 일주일간 1만여명이 방문했는데, 미디어 파사드로 구현된 자연 풍경·현지에서 공수한 꽃과 나무·향기 등 오감 체험형 콘텐트가 인기 요소로 작용했다고 해요.

NFT·청년·투자자까지…기술력은 사회를 향했다

두나무의 ESG 경영은 환경을 고려한 식목을 필두로, ‘청년’‘투자자 보호’까지 ESG의 범주로 끌어들였어요. 금융 취약 청년을 위한 ‘넥스트 시리즈(스테퍼즈·드림·잡)’에 총 428억원을 투자했고, 청소년 금융 교육 프로그램 ‘두니버스’으로 누적 2만명의 지식 격차 해소를 도왔죠. 마치 나무를 심듯 다음세대를 위한 육성의 의미를 담았죠.

두나무는 대체불가토큰(NFT) 기술을 활용해 환경재단·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과 함께한 ‘시드볼트(Seed Vault·종자 보전 시설) 캠페인’을 열어 2만6000명의 대중 참여를 끌어냈다. 두나무

두나무는 대체불가토큰(NFT) 기술을 활용해 환경재단·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과 함께한 ‘시드볼트(Seed Vault·종자 보전 시설) 캠페인’을 열어 2만6000명의 대중 참여를 끌어냈다. 두나무

두나무의 씨앗 보존 ESG 활동 관련 스토리텔링 이미지. 두나무

두나무의 씨앗 보존 ESG 활동 관련 스토리텔링 이미지. 두나무

 

ESG, 구호가 아닌 실천

여기엔 송치형 두나무 회장의 적극성이 뒷받침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송 회장은 “ESG 경영은 성장 기업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보유한 기술과 자원을 활용해 환경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기술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설계하고 확산하는 사회공헌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지난 2023년 진행된 두나무의 '회복의 숲' 나무심기 현장. 두나무

지난 2023년 진행된 두나무의 '회복의 숲' 나무심기 현장. 두나무

 
실제 송 회장의 주도 아래 두나무는 2021년 업계 최초로 ESG 체계를 수립하고, 이듬해 4월 ESG 경영위원회를 출범한 바 있는데, 현재까지 디지털 자산 거래소 운영사 중 ESG 경영위원회를 운영하는 곳은 두나무가 유일하다고 해요. 환경보호에 대한 집념, 청년에 대한 투자, 투자자에 대한 책임. 이 세 개의 전략이 모여 완성된 두나무의 ESG는 ‘선택’이 아닌, 기업의 정체성이 됐습니다.

두나무는 앞으로도 ‘최초’이자 ‘혁신’으로 세상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발굴한다는 기업 비전에 맞춰 ESG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에요. 기술로 시장을 바꾸기도 어렵지만, 기술로 신뢰를 쌓는 일은 더 어렵죠. 두나무가 기술로 돈만 벌겠다는 생각이었다면, 10만 그루도, 190억 기부도, 투자자 보호도 없었을 것입니다. 나이테처럼 시간을 들여 ESG의 흔적을 남기고 있는 두나무의 미래를 지켜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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