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사자’로 불린 청주동물원 바람이, 딸 구름이와 한집 산다

'갈비사자' 바람이(왼쪽)와 딸 사자 구름이. 연합뉴스

'갈비사자' 바람이(왼쪽)와 딸 사자 구름이. 연합뉴스

청주동물원, 부녀 사자 합사 적응훈련

뼈만 앙상하게 남아 ‘갈비사자’로 불렸던 청주동물원 수사자 ‘바람이’(21)와 딸 ‘구름이’(8)가 한집에서 살게 됐다.

청주랜드관리사업소는 10일 “부녀 사자의 합사를 추진한다. 합사 공간인 주 방사장에 바람이와 구름이를 교차로 풀어놓는 방법으로 적응훈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합사는 둘 이상의 암수 동물을 한 공간에서 생활하게 하는 것이다. 상호 대면과 교차 방사 훈련, 체취 적응 등 과정을 거친다.

김정호 청주동물원 수의사는 “창살 사이로 바람이와 구름이가 체취를 맡긴 했지만, 아직 경계하는 모습이 보인다”며 “당분간 주 방사장에 번갈아 머무르게 한 뒤, 두 사자가 서로 관심을 안 보이는 시점에 한 공간에서 지내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람이는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에서 지내던 늙은 사자다. 2004년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태어나 2016년부터 부경동물원 작은 공간에서 홀로 지냈다.

늑골이 드러날 정도로 깡마른 몸매 때문에 갈비사자로 알려졌다. 동물단체 등에서 “사자를 구해달라”는 구호 요청이 지속하자, 2023년 7월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져 보살핌을 받고 있다. 바람이란 이름은 “더 좋은 삶을 살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청주동물원에서 지어줬다. 사람으로 치면 100살이 넘은 고령이지만, 하루 4㎏ 분량의 닭과 소고기를 먹는 등 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청주동물원으로 옮긴 뒤 이곳에 살고 있던 암사자 ‘도도’(13)와 지내고 있다.

뼈만 앙상하게 남아 '갈비사자'로 불렸던 청주동물원 수사자 바람이가 2023년 10월 암사자 도도와 합사에 성공했다. 김성태 객원기자

뼈만 앙상하게 남아 '갈비사자'로 불렸던 청주동물원 수사자 바람이가 2023년 10월 암사자 도도와 합사에 성공했다. 김성태 객원기자

“아직은 경계” 적응기간 6개월 예상 
구름이는 부경동물원에서 2017년 바람이와 다른 암사자 사이에서 태어났다. 구름이는 부경동물원 폐쇄로 강원 강릉의 한 동물원에서 지내다가 지난해 8월 청주동물원에 왔다. 그동안 야생동물보호시설 부 방사장(80㎡)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왔다. 김정호 수의사는 “바람이와 도도의 적응 기간이 6개월 정도 걸린 것을 고려하면 구름이와 합사도 그 정도 걸린 것으로 예상한다”며 “충분한 적응훈련 없이 합사하면 서로 싸울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야생 동물은 어미가 젖을 먹일 때 서로의 냄새를 기억해 새끼를 판별한다”면서도 “바람이는 수컷인 데다 구름이가 태어나자마자 어미와 떨어져 인공 포육을 한 탓에 서로를 모른다”고 덧붙였다.

구름이는 합사에 앞서 지난 1일 중성화 수술을 마쳤다. 이 수술은 근친교배와 생식기계 질환 예방을 위한 조처다. 구름이는 수술 다음 날 기력을 회복할 정도로 건강한 상태다. 청주동물원은 11일 오후 2시 구름이를 주 방사장에 방사해 합사 적응훈련을 시작한다. 동물원을 방문하는 관람객들도 방사장 밖에서 이 모습을 볼 수 있다. 청주동물원 관계자는 “처음으로 넓은 주 방사장에서 맘껏 뛰어놀 구름이를 많은 분이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